"장윤기 사건, 광산서장 등 부당 지시" 경찰 수사 결론…국수본 제외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1일, PM 03:08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장윤기 사건’의 축소·은폐 배경에는 사건 발생 당시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 부실대응으로 경찰의 관계성범죄 부실 대응이 이슈가 되고 있던 상황에서 불이익을 우려한 광산서장의 부당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차원에서 장윤기의 살인과 스토킹 범죄를 연계하지 말라는 부당 지시는 없었다는 게 경찰 특별수사단의 결론이다.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씨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고생을 살해한 장윤기 씨가 지난 5월 14일 오전 광주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광산서장 및 수사라인 공모, ‘일반살인죄’ 적용”

특별수사단은 21일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 및 확보한 증거 등을 종합하면, 장윤기의 ‘강간목적’ 살해 행위를 충분히 규명할 수 있었음에도 당시 광산서장 및 형사과장 등의 부당한 지시에 의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죄를 적용하지 못하고 형법상 살인죄로 의율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지난 7월 15일 장윤기 사건을 담당한 전 강력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등 혐의로 구속송치했다. 또 당시 사건수사를 지휘한 전 경찰서장과 전 광사서 형사과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등 혐의로, 당시 강력팀원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송치했다.

특수단은 광산서 수사팀이 장윤기의 범행에 대해 성폭력처벌법상 강간살인죄가 아닌 형법상 살인죄로 죄명을 축소 적용한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는 데 집중해왔다. 이를 위해 특수단은 지난 7월 5일부터 총 44명을 대상으로 96회 조사를 진행했고, 국수본·광주청 ·광산서 등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통신 및 계좌 분석 등을 진행했다.

경찰은 당시 광산서장과 형사과장, 강력팀장이 수사 지휘체계를 바탕으로 장윤기 사건 전반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모했다고 봤다.

당시 광산서장이 사건보고를 전담하는 형사과장에게 스토킹 사건과 살인 사건을 연관짓지 말고 일반살인죄를 적용하라는 취지로 지시하면, 이어 형사과장이 강력팀장에게 광산서장의 의중에 부합하는 일련의 조치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강력팀장이 강력팀원들에게 스토킹이나 강간 목적 관련 정황이 드러나지 않도록 부당하게 지시하는 방법으로 수사서류 내용을 수정·제외하게 하거나 피의자신문 시 조사 범위를 제한하게 함으로써, 강간살인죄 대신 일반살인죄를 적용하여 송치한 결과가 발생했다는게 특수단의 결론이다.

특수단은 이같은 범행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장윤기 사건이 벌어진 당시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한 미흡한 대처로 경찰의 관계성 범죄 부실 대응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었단 점에 대한 부담이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경찰은 관계성 범죄 전수 점검과 경찰청 1호 일반경보 발령 등을 통해 관계성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광산서는 장윤기의 다른 피해자에 대한 스토킹 112신고 사건을 현장 종결하고 사후콜백과 전수합동조사를 절차대로 즉시 이행하지 않았고, 그같은 조치가 미흡한 상태에서 살인이 발생했다.

특히 장윤기가 스토킹 신고 이전에 해당 피해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 사실까지 알게 된 광산서장은 거듭된 부실 대응으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는 사회적 비난과 징계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살인사건과 강간·스토킹사건 간의 관련성을 차단하려 했다는 판단이다.

◇“국수본, 성적 목적 축소·은폐 의도 없었다”

특수단은 한편 광산서 수사팀이 두 사건을 분리해 처리한 배경에 국수본의 분리수사 지휘가 있었단 의혹과 관련해선 그같은 지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부당지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수본은 광산서의 강간 및 스토킹 사건과 살인사건의 병합수사 요청에 대해 원칙에 따라 죄종별로 분담해 전문성 있는 담당부서에서 수사하고, 외국인 성폭력 피해여성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강간 사건이 불필요하게 공개되지 않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후 형사과장이 여청과에서 수사하던 강간 및 스토킹 사건과 형사과에서 수사하던 살인사건을 같은 날 송치할 것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국수본은 구속기한이 임박한 살인사건을 우선 송치하고 강간 및 스토킹 사건은 충분히 수사한 뒤 별도 송치하라고 지시했다.

특수단은 광산서의 이같은 병합 수사 및 일괄 송치 요청 전후로 형사과장 등이 사건의 성적 목적을 은폐하기 위한 부당한 지시는 이어졌지만, 국수본과 광주청은 해당 부서 간 사건 내용을 공유해 이성적 목적 살인이었는지 여부를 규명하라고 수차례 수사지휘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특수단은 이에 국수본과 광주청의 수사 지휘가 성적 목적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것이 아닌 실체적 진실 발견과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장윤기 부친의 유착 의혹과 관련해선, 부친이 함께 근무했던 강력팀원에게 수사상 기밀과 간이 면회 등의 각종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은 확인되지만,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친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현재 감찰조사가 진행 중이다.

특수단은 스토킹 신고·접수 시 확인된 미흡했던 조치 등에 대해서는 감찰 부서에 통보하는 한편, 이번 수사를 통해 드러난 사건 분석회의 개최 의무화 등의 제도적 보완 필요성과 유류품 관리 등 현장관리 체계의 개선 필요에 대해서는 관련 부서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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