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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이 불과 열흘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국 검찰청에 쌓인 미제사건 16만여 건 가운데 경찰·중수청·특별사법경찰(특사경) 등 수사기관에 넘어갈 사건의 윤곽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검찰은 다음 달 2일 즉시 이송할 인지사건(직접수사 사건)은 내부적으로 분류를 완료한 상태다. 하지만 전체 미제사건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송치사건은 방대한 사건 규모와 인력 부족 탓에 사실상 손도 대지 못하는 실정으로 파악됐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달 하순 검경 실무협의를 갖고 새 형사사법체계가 시행되는 10월 2일부로 중수청과 일선 경찰서 등 1차 수사기관에 넘겨줄 인지수사 사건의 규모와 이송 시점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지수사는 검사가 범죄 첩보나 수사정보 등을 토대로 혐의를 자체적으로 포착해 직접수사에 착수한 사건을 말한다. 부정부패(반부패수사)·경제범죄(공정거래수사) 등 검찰청법상 검사가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사건들이 이에 해당한다.
대검이 집계한 즉시 이송 대상 인지수사 사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이달 초 열린 실무협의에서 이송 대상 사건 수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대검은 인지사건에는 수사 첩보와 기밀이 담겨 있어 관련 목록을 사전에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검찰이 쥐고 있는 인지수사 전체를 한꺼번에 이송하는 것도 아니다. 공소청법 부칙 제6조는 공소시효가 임박하거나, 사건 성질상 검찰이 수사를 계속할 필요가 있는 사건은 공소청이 직접수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공소청이 직접수사를 계속하더라도 법 시행일(10월2일)로부터 90일 이내에는 수사를 종결해야 한다. 이 기간 안에 종결하지 못한 사건은 소관 수사기관에 이송해야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의 전체 미제사건 16만5000여 건 중 인지수사 비율은 1% 미만 수준이다.
검찰은 '홈플러스 사태', '석유화학제품 가격 담합' 등 사안이 중대한 인지 사건들은 이달 내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은 '홈플러스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사기'와 관련해 최근 김병주 회장을 포함한 MBK파트너스 임원진들을 잇달아 소환조사하는 등 처분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또 검찰이 신병 확보에 나선 석유화학 제품 담합 사건을 비롯해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 전직 보좌관의 뇌물수수 사건, 한국토지신탁 자금담당 임원의 횡령·배임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인지사건은 내부적으로 목록화를 어느 정도 마쳐둔 상태이지만, 수사의 특성상 (이송 대상 목록을) 미리 경찰에 알려줄 수 없다"며 "이달 하반기에 경찰과 구체적인 협의를 거쳐 수사 관할별로 순차 이송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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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은 '송치사건'들이다. 송치사건은 경찰·특사경 등 1차 수사기관이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넘긴 사건들이다. 공소청 검사는 법 시행 후 90일간 직접 보완수사를 이어갈 수 있지만, 유예기간이 끝나면 추가 수사가 필요한 사건에 대해선 다시 1차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문제는 어떤 사건을 90일 이내에 종결할 수 있고, 어떤 사건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건마다 수사 진행 단계와 공소시효, 보완수사 필요 여부가 달라 기록을 일일이 검토해야 하지만, 일선 검찰청은 극심한 인력난과 사건 적체로 당장 쌓인 사건을 처리하기도 벅찬 상황이다.
검찰청 캐비넷에 쌓인 미제 송치사건은 15만~16만여 건으로 추산된다. 한 부장검사는 "검사들이 1인당 100~200건의 미제사건을 담당하니 기록 검토조차 버거운 실정"이라고 했다. 다른 재경지검 검사도 "검사들이 하루 종일 공장 컨베이어벨트 돌리듯이 미제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데, 이송 대상을 선별할 틈이 있겠나"고 반문했다.
실제 전국 지검별 미제사건은 올해 8월 기준 16만5020건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첫해였던 2021년(3만2424건) 대비 5.1배 폭증했다. 이에 검사 1인당 평균 미제사건은 지난해 4월 72.1건에서 올해 3월 173.8건으로 141% 뛰었다.
지난달 기준 각 검찰청 가운데 미제사건이 가장 많은 부서의 검사 1인당 담당 건수는 서울중앙지검 250건, 인천지검 450건, 남양주지청 540건에 달했다. 안미현 부부장검사가 '파산지청'이라고 표현했던 대전지검 천안지청의 경우 690건으로 가장 많다.
법조계는 90일의 유예기간이 끝나는 연말이 형사사법체계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 보완수사 요구 대상의 선별이 늦어지면 대규모 사건이 한꺼번에 경찰·특사경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경찰 측도 실무협의에서 가장 우려를 표한 점이 '일괄 이송'이었다고 한다.
경찰과 특사경은 기존 사건을 처리하면서 공소청이 요구한 보완수사까지 병행해야 한다. 보완수사 결과는 다시 공소청으로 넘어가 기소 여부 판단을 받아야 하는 만큼, 사건이 두 기관을 오가는 '사건 핑퐁'과 처리 지연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검찰·중수청·경찰청 등 관계 당국의 수장이 모두 공백인 점도 뼈아프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십만 건의 사건 처리 기준과 이송 절차를 정하려면 기관 간 조율을 책임질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수장 공백 상태로 출범하면 작은 혼선도 사건 적체와 수사 지연으로 이어져 형사사법체계 전반의 마비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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