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재 백주아 기자]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를 내건 새 형사사법체계 출범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양대 축이 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모두 여전히 ‘미완성’이다. 중수청은 선발대까지 투입하며 개청 준비에 들어갔지만 두 차례 특례임용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초대 청장 인선도 멈춰섰다. 공소청 역시 직제와 인력 재배치가 확정되지 않은 데다 수장 인선은 감감무소식이다.
법조계에서는 오는 10월 2일 본격 개청에도 불구하고 사건 이관과 수사·공소유지 등 초기 혼란은 불가피하단 우려가 나온다.
중대범죄수사청 임용설명회가 열린 11일 오전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관계자들이 안내 입간판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이날 1차 특례임용에서 임용이 확정된 검찰 인력 가운데 약 90명을 본청과 6개 지방청(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에 파견했다. 이들은 청사 내 인테리어 공사와 전산시스템 연결, 보안 점검 등 개청 당일부터 정상적인 수사 착수 및 실무가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업무를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수청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개청 당일부터 가장 중요한 정상 수사는 어려워보인다. 중수청이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검찰 인력을 대상으로 진행한 2차 특례임용 지원자는 201명으로 집계됐다.
앞서 1차 특례임용 당시 검찰 인력 2376명이 지원했지만 615명이 지원을 철회하면서 최종 신청자는 1761명으로 줄었다. 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자 추가 모집에 나섰지만 1·2차 지원자를 단순 합산해도 약 1962명, 중수청 전체 정원 2874명의 68% 수준에 그쳤다. 2차 지원자 가운데 최종 임용되지 않는 인원까지 고려하면 실제 충원율은 이보다 낮아질 수 있다. 중수청이 상당수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출범하는 것은 사실상 확정적인 셈이다.
조직을 이끌 수장이 제때 취임할 수 있을지도 변수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범여권 검찰개혁 강경파들이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지용 전 검사장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면서 인선 절차가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행정안전부와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지난 17일 김민재 차관 주재 브리핑을 열고 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이른바 ‘친윤 검사’ 의혹 등을 해명했지만 여권 일각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면서 중수청이 수장 없이 출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소청은 직제안·수장 모두 불확실…일선에서는 당분간 혼란 예상
공소청의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기소를 전담할 공소청은 출범을 열흘 앞두고도 직제안이 확정되지 않아 기존 검찰 인력 재배치와 사건 이관 등 후속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오는 22일 국무회의에서 직제안을 확정할 가능성이 있지만 개청까지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조직·인사와 사건 재배치를 마무리하기에는 빠듯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휘부 공백도 장기화하고 있다. 검찰총장은 지난해 7월 심우정 전 총장 사퇴 이후 약 1년 2개월째 공석이다. 여기에 지난 7월 말 사의를 밝힌 구자현 대검찰청 차장검사도 사실상 업무에서 물러나면서 검찰은 2개월 가까이 검찰총장 직무대행의 직무를 다시 대행하는 이른바 ‘대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법무부가 일부 검사장급 인사들에게 후임 대검 차장직을 제안했지만 대부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은 공소청법상 초대 공소청장을 맡게 되지만 이에 대한 인선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과 법무부 장관의 제청,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는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9일 자진사퇴하면서 장관 인선마저 원점으로 돌아갔다. 남은 일정을 감안하면 공소청 역시 초대 수장 없이 대대행 체제로 출범할 가능성이 커졌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직제안 뿐만 아니라 장기 미제사건 처리 방침과 경찰 등에 이송할 사건의 분류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많은 검찰 수사관들이 중수청으로 옮기면서 일선에서는 공소청 출범 이후 상당 기간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새 형사사법체계 시행 직후 혼란을 줄이기 위한 새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 직속 검찰개혁 평가위원회(평가위) 설치’를 제안했다.
박 교수는 “중수청·공소청뿐만 아니라 경찰·공수처까지 포함해 수사·기소를 담당하는 국가기관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살펴봐야 한다”면서, 새 기구를 통해 △수사기관 사이 사건 이첩과 업무 분담이 원활한지 △수사 공백이나 중복은 없는지 △중대 범죄에 대한 국가 대응 능력은 유지되고 있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결함이 있다면 정부·국회에 보완 입법을 권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