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20일 서울 종로구 효자로 일대에서 행진하고 있다. 2026.9.20 © 뉴스1 이종수 기자
노동계가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후 처음으로 중대재해 범죄의 양형 기준이 마련된 일을 환영하면서도 실효성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22일 성명을 통해 "중처법 양형 기준 마련 자체는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양형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밝혔다.
앞서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날(21일) 제148차 전체 회의를 열고 중처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중대재해에 대한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발표했다.
양대 노총은 이번에 발표된 양형 기준 중 가장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감경 기준을 꼽았다.
양형위원회가 피해자와의 합의 또는 처벌불원서 제출 등을 가해자 감경 요인으로 포함했지만, 중대산업재해를 일으킨 기업에 돈으로 처벌을 회피하는 공식 알리바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던 박순관의 형량을 징역 4년으로 감형한 이유 역시 피해 회복, 즉 합의 때문이었다"고 언급했다.
피해자가 위험한 장소임을 알면서 스스로 출입했거나 필수 안전장치를 임의로 해제한 경우를 감경 요인으로 삼는 점도 문제 삼았다.
한국노총은 "산업재해 특성상 노동자의 개별적인 행위만 분리해 사고 책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작업 방식이나 생산 압박, 인력 부족, 불합리한 작업 지시 등 사업장의 구조적 요인이 존재하지 않았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형량 기준도 중처법의 목적을 살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중처법상 치사죄의 기본 양형 범위가 1년 6개월~4년으로,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의무위반치사죄의 기본 양형 범위인 징역 1년~2년 6개월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이와 관련해 벌금형 양형기준이 포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기업의 책임과 비용을 무겁게 해 사전에 안전 보건 투자를 유도하는 게 본래 입법 취지인 만큼, 벌금형을 포함한 실질적인 양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대산업재해 치사죄 처벌의 상한만 있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민주노총은 "중대산업재해 치사죄는 최대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고 처벌 상한을 뒀지만 피해자는 하한만 있어 양형 기준이 불균형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가 마련한 양형 기준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기본 징역 1년 6개월~4년을 권고한다. 감경 영역은 징역 10개월~2년, 가중 영역은 징역 3~10년이다. 해당 범죄로 형이 확정된 후 5년 이내 재범을 저지른 경우에는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양형위는 이번 수정안을 토대로 조만간 최종안을 확정한 뒤 공청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해 최종 양형기준을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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