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KTX 예매가 열리는 오전 7시에 귀성길 기차표 예매를 시도했으나 접속 대기로 17만번대 대기번호를 받은 한 시민.(독자제공), (오른쪽)귀성길 기차표를 대신 예매해주는 대리예매 사이트 캡처./뉴스1
"오전 7시가 되자마자 예매 버튼을 눌렀는데 대기 순서가 17만 번대였어요."(취업준비생 이경은 씨)
"이번 추석엔 할머니 팔순 잔치가 있어 꼭 가야 해요." (대학생 조현덕 씨)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귀성길 승차권을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정 금액의 수수료를 받고 예매를 대리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또 매크로 프로그램(자동 작업 실행 프로그램)으로 표를 싹쓸이 구매한 뒤 웃돈을 붙여 재판매하는 암표가 기승을 부릴 수 있어 우려된다.
취업준비생 이경은 씨(24·여)는 경부선 고속철도(KTX) 승차권 예매가 시작된 지난 11일 오전 7시에 맞춰 예매를 시도했으나 '17만 7940번째'라는 대기 번호를 받았다.
이 씨는 "생각도 못 해본 숫자가 나와 황당했다"며 "경부선 예매가 하필 추석 승차권 예매 마지막 날이었는데 마지막 날까지 실패하니 방법이 없어져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경북 경산 출신의 대학생 조현덕 씨(23·남)는 "경산에 정차하는 KTX가 많지 않아 동대구로 가는 기차표를 노렸는데 결국 실패했다"며 "버스 취소 표라도 노리고 있다. 이번 추석엔 할머니 팔순 잔치가 있어서 걸어서라도 꼭 가야 한다"고 했다.
예매가 어렵다 보니 귀성길에 오르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민도 있다.
권세진 씨(24·여)는 "취소 표를 구하려고 계속 시도해 봤는데 결국 못 구했다"며 "아쉽지만 추석 대신 한글날 연휴에 내려갈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절마다 '예매 전쟁'이 반복되지만 예년보다 짧은 올해 추석 연휴가 상황을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귀성·귀경 수요가 여러 날짜로 분산되지 못하고 특정 날짜에 몰리면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번 추석 승차권 예매율은 84%로 연휴가 7일간이었던 지난해 추석 때(62.7%)보다 21.3%포인트(p) 높았다. 지난 1일부터 KTX와 SRT가 통합 운행에 들어가면서 주당 약 11만6000석이 추가 공급되고 있지만 한꺼번에 몰린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취소 표가 풀리는 시간이 공유되거나, 심지어 KTX 빈 좌석이 발생할 시 알림을 주는 웹사이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이트는 원하는 출발지와 도착지, 시간, 인원 등을 설정하면 취소 표가 발생할 때마다 알림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1000~2000원가량의 수수료를 받고 KTX 승차권을 대신 예매해 주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귀성길 수요가 몰리다 보니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열차 승차권을 대량 구매해 암표로 되파는 범죄가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철도사업법상 단속 대상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 3월 3일부터 6개월간 매크로 등을 이용한 암표 매매를 집중적으로 단속한 결과 126건을 적발해 157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2명을 구속한 바 있다. 지난해 7~12월 실시한 집중단속 때보다 약 6배 증가한 수준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철도회사는 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승차권을 구매하는 암표상들에게 사후 조치하는 구조"라며 "민간 업체처럼 매크로가 들어와도 막아낼 수 있는 사전적인 기술적 대응과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명절 승차권 예매 과정에서 접속이 끊기는 등 시민들이 겪는 불편과 관련해 "철도회사는 1년에 두 번 있는 명절에 사람이 언제 어느 정도 몰릴지 경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명절에는 일시적으로 트래픽이 급증하는 만큼 이에 맞춰 비용을 들여 충분한 서버 용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ug@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