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인력 늘리면 끝?…'공룡 경찰' 우려 속 수사 전문성 의구심 여전

사회

뉴스1,

2026년 September 23일, PM 03:02

경찰청


검사의 직접 수사권 폐지를 앞두고 경찰이 대규모 수사 인력 확충에 나섰지만 단순히 수사 인력을 늘리는 것만으론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경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인력 재배치로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지만, 늘어난 자리를 숙련된 수사관으로 채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수사 권한이 '역대급'으로 확대되는 만큼, 양적 수준의 인력 확대를 넘어 충분한 수사 경험과 법률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경찰 지휘부 또한 '경찰 책임 수사 시대'에 걸맞은 수사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3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오는 10월 2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에 따른 업무 증가에 대비해 기동대 인력 등을 줄이고 수사 부서를 대폭 보강하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 검사의 직접 수사가 폐지되고 경찰의 수사 책임은 한층 커진다. 경찰은 이에 대비해 기존에 발표한 수사 인력 881명 재배치에 더해 추가 인력을 수사 부서에 투입하기로 했다.

기동대 정원을 줄여 확보한 인력 등을 활용해 일선서 통합수사팀 645명, 여성·청소년 수사 분야 80명 등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 수사 인력 부족과 관련해 "다른 업무를 조정해서 약 4000명 정도의 인력이 수사에 추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수사 완결성 중요해지는데…숙련 수사관 확보는 숙제

문제는 늘어난 인원이 숙련된 수사 인력이라고 확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사는 피의자·참고인 조사부터 압수수색과 증거 분석, 범죄사실 구성, 법리 검토까지 경험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다. 특히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검사의 직접 수사가 사라지는 만큼 경찰 단계에서부터 사건의 사실관계와 증거를 충실하게 정리해 송치하는 '수사 완결성'의 중요성도 한층 커진다.

이에 경찰은 수사 부서 충원 과정에서 수사 자격인 '수사 경과'를 보유한 경찰관을 우선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청은 2005년 제도 도입 이후 수사 부서에 수사경과자를 우선 배치해 왔다. 경찰청이 집계한 수사경과자는 지난해 3만 8619명에서 올해 3만 9657명으로 늘었다.

다만 새로 수사 경과를 취득하는 인력이 있는 반면 이를 자진 반납하는 경찰관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수사 경과를 자진 반납한 경찰관은 633명으로, 2024년 616명과 지난해 565명을 이미 넘어섰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업무 부담이 커질 경우 수사 경과 이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신규 인력을 충원하는 것과 조직 전체의 숙련도를 끌어올리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 일선 경찰서에서는 인력 사정 등에 따라 수사 경험이 많지 않은 경찰관이나 신임 순경이 수사 부서에 배치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지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지난 17일 경찰청에서 열린 국민경청회에서 "수사권이 조정된 지 몇 해가 됐는데도 수사 단계에서 경찰의 형법·형사소송법 등에 대한 기본적인 법률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며 "특히 재산범죄 같은 경우 피해자가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민법에 대한 소양도 필요한데, 그런 부분은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만의 문제 아니다…수사 지휘 전문성도 과제

전문성 문제는 일선 수사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확대된 수사 권한에 걸맞게 수사를 지휘·감독하는 지휘라인의 역량도 함께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경찰은 약 1년간의 수사 끝에 김병기 무소속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은 이를 반려하고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경찰은 또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20개월 넘게 수사하고도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 입증을 둘러싼 검찰과의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채 사건을 송치했다.

통상사회적으로 주목 받는 주요 사건의 경우 압수수색와 신병 확보 시도 등 강제 수사는 물론 검찰 송치 여부 및 시기까지 지휘부의 판단을 거쳐 결정된다.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은 지휘부에서 방향을 제대로 설정하지 못했거나, 수사 주요 단계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검찰 재직 시절 경찰과 사건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경찰도 기가 막히게 수사 보고서를 잘 쓴다고 느꼈다"면서도 "'이 정도면 구속영장 쳐도 되겠다' 싶었는데도 경찰은 영장을 치지 않고 사건을 끌었다. 윗선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일부 사건에서는 수사를 담당한 서울경찰청과 이를 지휘·감독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사이에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 지휘 체계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졌다.

현재 경찰청 지휘부의 수사 전문성에 대한 일선 수사관의 의구심도 가시지 않았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의 경력 등을 두고도 전형적인 '수사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

"수사는 결국 법정서 검증"…절차적 적법성도 관건

수사 경험과 법률 전문성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수사 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가 재판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확보했더라도 증거 수집 과정이 위법하거나 수사 권한의 범위를 벗어났다면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부정되거나 공소 자체가 유지되지 못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기소된 송영길 의원의 경우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에서 확보된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쟁점이 됐고, 법원이 이를 위법수집증거로 판단하면서 관련 혐의에 무죄가 선고됐다.

김건희 특검이 기소한 국토교통부 공무원의 뇌물 사건에서는 특검이 특검법상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별건을 수사·기소했다는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최근 수사 범위와 증거 수집 절차 등을 둘러싼 법원의 판단이 잇따르면서 범죄 혐의의 실체를 밝히는 것뿐 아니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를 입증하는 수사 역량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경찰이 사건 초기 수사부터 증거 수집과 법리 검토까지 더 큰 책임을 지게 되는 새 형사사법 체계에서는 '얼마나 많은 수사관을 확보했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숙련된 수사관을 확보하고 유지할 수 있느냐'가 경찰 수사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수도권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하는 경찰을 왜 일반 순경들처럼 달리기 잘하고, 태권도 잘하는 사람을 뽑아야 하느냐"며 "수사를 담당할 법률 지식을 갖춘 사람을 별도로 선발해 수사 품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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