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 수법 진화하지만…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면 일단 신고부터"[경찰人]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3일, PM 03:51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본 적이 없는 사람’. ‘금전 요구’. 보이스피싱을 대표하는 두 가지 키워드다.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온라인 스캠 범행 수법이 날마다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수사현장에서는 아무리 수법이 진화하더라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금전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피싱으로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만 부산경찰청 반부패피싱사기수사팀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서면 인터뷰에서 “보이스피싱을 비롯한 온라인 스캠 범행의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이들 범행의 공통점은 이 두가지로 압축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종만 부산경찰청 반부패피싱사기수사팀장. (사진=본인 제공)
이종만 부산경찰청 반부패피싱사기수사팀장. (사진=본인 제공)
이 팀장은 지난달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거점을 둔 피싱 조직을 검거했다. 동남아시아 피싱 조직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중앙아시아로 거점을 옮겨간 이들에 대해 처음으로 검거한 사례다.

해당 조직은 알마티에 거점을 두고 사무관, 검사 등을 사칭해 피해자들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고 속였다. 이어 피해자들에게 중고사이트에서 휴대전화 공기계를 구입하도록 유도해 감시용 앱을 설치하고 숙박업소에 고립시켜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수법으로 100여명으로부터 58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 팀장은 “작년 하반기부터 캄보디아 수사당국의 스캠 조직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조직원들이 인접 국가로 이동했고, 이후 동남아를 벗어나 제3국으로 이동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던 중에 일부 조직원들이 카자흐스탄 알마티 지역으로 이동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이동한 조직원 중 1명을 별건 혐의로 검거하면서 알마티 지역에 피싱 조직원들이 집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현지 수사기관과 공조를 본격화해, 세 차례에 걸쳐 16일간 국외 공동조사를 진행하며 피싱 조직의 사무실과 조직원들의 주 배회지, 숙소 등을 특정해 조직원들을 검거했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는 여권 하나만으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국가가 200개에 달할 만큼 여권 파워가 세계 최상위권에 속한다”며 “이러한 점을 악용해 조직원들이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고 체류 기간이 긴 국가를 중심으로 이동하며 범행을 이어가고, 체류 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싱 조직의 실체를 파악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조직원들의 제보에서 나오는 만큼, 이들이 범행에 가담한 이후에라도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한다면 형을 대폭 감면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피싱 조직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우회 인터넷프로토콜(IP)을 사용하고 대포통장 등 차명 수단을 이용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확보되는 단서만으로는 조직의 실체를 파악하고 검거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조직 내부에서부터 수사기관으로 정보가 유입되는 구조를 만든다면, 해외로 거점을 옮겨가는 조직이라 하더라도 자리를 잡고 범행을 시작하기 전에 조직 자체를 와해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수사당국이 단속을 강화하면서 피싱 수법도 진화하고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상황에서는 혼자 판단하려 하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피싱 범죄는 단순히 피해자를 속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가 수사기관의 개입조차 의심토록 만들 정도로 심리적으로 통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를 당했다면 이를 부끄러워하거나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신속하게 신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신고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한이 있더라도 범인은 반드시 검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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