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공무원 시험 전문 학원. 아침 일찍부터 수험생들이 엘리베이터 앞에 줄을 서고 있다. 2026.9.23 © 뉴스1 안소연 기자
1년 반째 콘텐츠 관련 직군 취업을 준비 중인 정 모 씨(27·여)는 이번 추석 부산 본가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올해만 10차례 넘게 고배를 마셨지만, 오는 30일 마감하는 CJ그룹 공개채용에 다시 도전한다. 기업마다 다른 문항과 분량에 맞춰 자기소개서를 다듬으며 서울 자취방에서 연휴를 보낼 계획이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신촌과 노량진에서 만난 취업준비생과 수험생들은 귀성 대신 취업·시험 준비를 택했다. 채용 일정과 시험 준비에 쫓기거나, 반복된 탈락에 마음 편히 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연휴 직후 주요 기업의 하반기 채용 접수도 줄줄이 마감된다. 하나은행은 오는 28일, 기아는 29일, CJ그룹과 한화오션은 30일까지 신입사원 지원서를 받는다.
이날 낮 12시 신촌의 한 취업준비생 대상 무료 카페. 문이 열리자 백팩을 멘 청년들이 하나둘 들어와 노트북을 펼치고 채용 공고를 살폈다. 책상에는 두꺼운 취업 준비 문제집이 놓여 있었다.
다음 달 3일 KT 인적성 시험을 앞둔 취준생들은 시험 후기와 합격 수기를 보며 공부 계획을 짰다. 이들은 추석 당일을 포함해 연휴 내내 매일 스터디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전이 본가인 성 모 씨(27·여)도 스터디에 참여하며 서울에 남는다. 지난해 하반기 취업 준비를 시작해 올해 상반기부터 눈에 띄는 공고마다 지원했지만, 번번이 서류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번 KT 채용에서 처음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했다. 기업에 맞춰 서류와 포트폴리오를 준비하고도 탈락할 때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했다.
서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마음을 놓지 못한다. 경기도에 본가를 둔 최 모 씨(25)는 한 기업의 인적성 시험에 대비해 여름부터 공부했지만 전날 서류 탈락 소식을 받았다. 다른 기업의 결과가 나온 뒤 시험을 준비하면 시간이 촉박해 연휴에도 공부를 이어갈 생각이다.
최 씨는 "본가에 가서 편히 쉴 정도로 마음이 편하지 않다"며 "서류에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명절에 반강제로 하는 인적성 공부가 참 스트레스 받는다"고 토로했다.
23일 정오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취업준비생 대상 무료 카페. 2026.9.23 © 뉴스1 윤지오 기자
교원 임용시험을 두 달여 앞둔 노량진에서도 수험생들은 연휴 공부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같은 날 오전 8시쯤 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임용시험 준비생 두 명이 햄버거를 먹으며 서로 문제를 내고 답했다. 테이블에는 학원 교재와 자료가 펼쳐져 있었다.
오전 8시 20분쯤 인근 공무원 학원 건물 엘리베이터 앞에는 수험생 열댓 명이 줄을 섰다. 추석 특강 안내 포스터도 붙어 있었다. 학원 일정표에는 추석 당일을 제외한 연휴에도 강의가 잡혀 있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연휴에도 운영 시간에 맞춰 자습실을 개방한다고 설명했다.
생명과학 교사를 목표로 오는 11월 28일 중등교사 임용 1차 시험을 준비하는 이 모 씨(21·여)는 청주 본가에 내려가지 않기로 했다. 이 씨는 "시험이 얼마 안 남아서 본가는 안 내려가고 따로 공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김준엽 씨(28)는 연휴 동안 행정법과 국제법 등 전공과목의 기본기를 다질 계획이다. 그는 특강을 듣기보다 자습 시간을 갖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보고, 짧은 연휴라도 공부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청년들이 체감하는 취업난은 고용 지표에서도 드러난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8월 20대 취업자는 월평균 327만 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만 3000명(5.6%) 줄었다. 같은 기간 기준 감소 폭은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진 1998년 이후 가장 컸다.
인구 감소를 고려해도 고용 사정은 악화했다. 같은 기간 20대 인구는 3.5% 줄었지만 취업자 수는 이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대 고용률은 지난해보다 1.3%포인트 하락한 59.1%로, 같은 기간 기준 2021년 이후 5년 만에 60%를 밑돌았다.
eo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