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 시비 중 '저속 후진'에 2주 상해…대법 "특수상해 아냐"

사회

뉴스1,

2026년 September 24일, AM 09:00


주차 문제로 말다툼 중 차량을 천천히 후진시켜 사람과 부딪혔더라도, 차량 운전자를 특수상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차량 속도가 매우 느렸고 피해자의 상해도 비교적 가벼운 점 등 사건 경위를 종합하면, 이 사건 차량을 특수상해죄의 구성요건인 '위험한 물건'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모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에 환송했다.

이 씨는 2023년 8월 지하 주차장에서 30대 남성 A 씨와 주차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다. 같은 주차 자리를 놓고 실랑이를 벌인 것이다.

이 씨는 자신이 먼저 도착했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며 차량에 탑승했다. A 씨는 이 씨 차량 트렁크 부근으로 이동한 뒤 이 씨 차량에서 40~50cm 떨어져 서 있었다.

이 씨가 곧바로 차량을 후진하면서 A 씨는 왼쪽 다리와 허리를 트렁크와 뒤 범퍼에 부딪혀 6~7걸음 뒤로 밀려났다.

1, 2심은 주차 문제로 서로 언쟁을 벌인 상황에서 A 씨가 쉽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정을 이 씨가 잘 알고 있었던 점, 이 씨 차량에 설치된 후방 감지 센서와 경고음 발생장치 등이 잘 작동된 점, 후진과 동시에 강한 경고음이 울렸던 점 등을 근거로 특수상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어떤 물건이 특수상해죄에서 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서 사회통념에 비춰 그 물건을 사용하면 상대방이나 제3자가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이 판단 기준은 자동차를 사용해 위해를 가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했다.

이어 "차량이 A 씨를 충격했으나 그로 인해 A 씨가 넘어지거나 튕겨 나가지도 않았고 차량에 그대로 밀려 나가면서 6~7걸음 정도 움직이게 된 것이 전부"라며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당시 차량 속도는 매우 느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A 씨가 약 2주간의 상해를 입었는데 상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해 통원 치료만 받았을 뿐 입원 치료는 받지 않았다"며 "사건 경위와 정황, 차량을 후진한 의도, 피해자의 피해 정도 등을 볼 때 이 사건 범행이 위험한 물건을 사용한 특수상해 범행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ho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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