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역에서 귀성길에 오른 어린이들이 배웅을 나온 엄마와 인사하고 있다. 2026.9.23 © 뉴스1 김성진 기자
"6시간을 서서 가더라도 고향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요" 추석 연휴 첫날인 24일 오전 서울역과 용산역엔 KTX 승차권을 제때 예매하지 못한 귀성객들이 취소 표를 알아보느라 역 창구와 무인 승차권 발권 단말기(키오스크)로 몰렸다. 전광판으론 오후 늦은 시간대까지 KTX 하행 표가 전부 빨갛게 '매진'으로 표시됐다.
전남 여수가 고향이라는 박 모 씨(63)는 오전 중 출발하는 KTX 전라선 하행은 전부 매진됐다는 역무원 설명을 듣고 낭패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후 5시 44분 출발하는 KTX 입석이 그나마 가장 빠른 선택지였다.
결국 박 씨는 조금이라도 빨리 출발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오후 3시쯤 출발하는 무궁화호 입석 표를 끊었다. 6시간 가까이 서서 가야 한다.
박 씨는 "사는 게 바빠서 예매를 미리 못했다"며 "서서 가더라도 조금이라도 빨리 출발하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무궁화 입석을 끊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박 씨는 간만에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며 웃었다. 박 씨는 "10년 만에 친구들을 보는 것"이라며 "죽기 전에 다 같이 모여야죠"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귀성길 기차표 예매에 실패한 4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오전 8시부터 용산역에서 취소 표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키오스크에서 10분째 오후 시간대까지 조회했지만 익산행 KTX 표는 전부 매진으로 표시됐고, 가끔 무궁화·새마을호 입석만이 보일 뿐이었다.
이 씨는 "사정상 내일 오전 일찍 다시 서울로 돌아와야 해서 너무 늦게 내려가는 건 안 된다"며 "고향은 전북 정읍이지만 정읍행은 표가 더 없어서 그나마 나은 익산행으로 알아보고 있다. 근데 그마저도 찾기 어렵다"며 발을 굴렀다.
서울역에서도 같은 모습을 쉽사리 볼 수 있었다. 대전행 KTX 예매에 실패한 정 모 씨(72)는 "성묘를 위해 고향에 내려가야 해서 자식들한테까지 표 예매를 부탁했지만 남은 표가 없어 직접 서울역을 찾았다"며 "취소 표나 입석 표라도 구해서 내려가기 위해 새벽부터 나왔는데 입석 표를 구해 다행"이라고 했다.
반면 극적으로 취소 표 '줍줍'에 성공해 부산행 기차에 오르려는 직장인 김 모 씨(42)는 "이번 명절은 나흘밖에 되지 않아 표 구하기가 평소보다 더 어려웠던 것 같다"며 "한 시간이라도 빨리 부모님과 친구들을 보고 싶어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들고 살았는데 표를 구해 기쁘다"고 말했다.
역귀성객을 맞이하는 시민들도 볼 수 있었다. 경기 부천에 거주하는 김 모 씨(70대)는 충남 계룡에서 올라온 며느리와 손자를 기쁜 얼굴로 맞았다. 품에 와락 뛰어든 손자를 안은 김 씨는 "손자를 자주 보지만 볼 때마다 여전히 좋다"고 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는 강 모 씨(71·여)는 "아이들이 표 구하기가 힘들다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표를 예매해 올라왔다"며 "아이들도 보고 친구들과 여행도 하는 연휴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한편 자차로 고향에 가는 대안도 이날까진 쉽진 않은 상황이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낮 12시 기준 승용차로 서울 요금소를 출발할 시 부산까지 7시간 50분, 전남 광주까지 6시간 50분이 걸린다.
공사는 이날이 추석 연휴 기간 중 귀성 방향 고속도로 정체가 가장 극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에서 616만 대가 고속도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정체는 오후 8~9시쯤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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