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올해 추석 연휴 기간 국내 공항 이용객은 195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2026.9.23 © 뉴스1 권현진 기자
2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가구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6년 추석 성수기 주요 과일류' 보고서 설문에 따르면 이번 추석 때 차례를 지낼 예정인 가구는 전체 응답자의 27.3%로 집계됐다. 지난해 40.4%와 비교해 13.1%포인트(p)나 하락한 수치다.
또 차례를 지내는 가구 절반은 '전통 예법에 맞춘 간소화'를 택해 명절 상차림의 축소 경향도 뚜렷하게 확인됐다.
연휴 계획은 '본가·친인척 집 방문'이 50.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집에서 쉬거나 여가 생활'(36.1%), '국내 여행'(4.3%), '근무 또는 생업 활동' (3.8%), '외부 활동' (2.7%), '해외여행' (2.4%) 등이 뒤를 이었다.
김영빈 씨(24)는 "3~4년 전부터 차례를 안 지내고 있다. 추석에는 보통 할머니 댁에 가서 할머니만 뵙고 금방 귀가한다"며 "차례 대신 친척들끼리 모은 돈으로 가끔 여행을 간다. 명절날 요리하는 것도 일이고 음식도 맨날 남았는데 굳이 차례를 지내야 하나 싶다"고 했다.
박희경 씨(25)도 "친척들도 각자 가족 여행을 가거나 알아서 논다"며 "저는 부모님 모시고 쇼핑 갈 예정"이라고 했다.
연휴 이틀 전인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 전통시장에서 만난 어르신 중 상당 수도 제사보다 가족을 위해 먹거리를 준비할 뿐이라고 했다. 한 70대 할머니는 "애들이 오니까 그냥 장을 보는 것"이라며 "차례상 장 보는 것도 한 2~3년 전에만 했고 70대가 되니까 준비도 힘들다"고 했다.
이같은 배경 중 하나론 맞벌이 가구 증가와 명절 노동으로 인한 부담이 거론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명절 준비 노동은 여성에게 집중되는 경향성을 보인다. 명절 증후군이 오랫동안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면서 많은 가정이 형식에 얽매이기보단 실질적인 화합에 초점을 맞추고 대안을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밖에도 생업에 치이거나 취업 준비에 바쁜 청년층 등 1인 가구의 팍팍한 현실도 영향을 미쳤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신촌과 노량진에선 귀성 대신 취업·시험 준비를 하겠다는 취업준비생과 수험생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의 의미와 그 안에서 구성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이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반드시 차례를 지내는 것만이 가족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게 아닌 시대가 됐다. 가족 간 화합을 위한 다양한 방식이 인정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개인주의 확산에 따른 자연스런 변화기도 하다"며 "이 밖에도 여성의 경제 참여율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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