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만의 일상에 만족"…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딩크족`[난 괜찮아요]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5일, PM 02:06

명절을 맞아 모인 가족들이 서로를 이해하자는 취지로 [난 괜찮아요] 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자퇴한 청소년부터 취업을 미루는 청년, 결혼을 하지 않는 이들, 자녀 계획이 없거나 황혼 연애·재혼을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평소 그들의 속내를 알지 못했다면 이번 명절을 계기로 조금은 이해해보면 어떨까요?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정유진 수습기자] “이번 추석엔 싱가포르 이웃과 송편을 나누며 조용하고 오붓하게 보낼 거예요. 저희 부부에겐 태어나지 않은 2세보다 지금 곁에 있는 서로의 일상이 훨씬 소중하거든요.”

미국인 남편과 싱가포르에서 거주하는 40대 후반 장모 씨는 자녀 대신 반려묘 두 마리와 함께 사는 15년차 ‘딩크’(DINK·맞벌이 무자녀)족이다. 결혼 초기만 해도 아이를 원했던 장씨는 남편과의 깊은 대화 끝에 딩크를 택했다.

장씨는 “‘둘이 지내는 게 더 행복할 것 같다’는 남편의 생각을 따르기로 했다”며 “반려묘를 키우는 데도 수많은 조율이 필요한 걸 보면서 우리는 아이가 있었다면 더 많이 다퉜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고 웃음을 보였다.

한때 자녀가 있는 주변 가정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부부의 삶에 대한 확신이 더 깊어졌다. 장씨는 “우리 선택에 확신이 쌓이면서 자녀가 있는 가정도 진심으로 축복하게 됐다”며 “우리의 선택이 처음부터 옳았다기보다, 부부가 함께 그 선택을 옳게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맞벌이면서 자녀가 없는 딩크족(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맞벌이면서 자녀가 없는 딩크족(사진= 게티이미지뱅크)
◇10명 중 3명 “아이 필요성 못느껴”

민족 대명절 한가위를 맞아 모인 친척들 사이에서 단골 안부였던 “아이는 언제 낳느냐”는 질문이 점차 힘을 잃고 있다. 전통적인 ‘결혼=출산’ 등식이 옅어지고, 자녀 없이 부부의 유대와 자아실현에 집중하는 삶이 또 하나의 가족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다.

대통령직속 인구전략위원회의 ‘2025 결혼, 출산, 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3명(29.1%)은 자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만 25~29세 여성의 경우 필요 없다는 응답(51.3%)이 필요하다는 응답(48.7%)을 앞질렀다.

무자녀 응답자 중 향후 “아이 낳을 생각이 있다”는 응답은 39.7%에 그쳤다. 반면 60% 이상은 출산을 망설이거나 거부했다. 출산을 기피·유보하는 주된 이유(복수응답)로는 ‘임신·출산·양육의 어려움’(57.2%)이 가장 많았고, ‘아이가 살기 힘든 사회’(36.0%), ‘양육비용 부담’(33.2%)이 뒤를 이었다.

경제적·환경적 부담을 넘어, 자아실현과 삶의 자율성을 최우선에 두는 가치관의 변화 역시 무자녀 선택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취미 동호회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 18년 차를 맞은 전업주부 이모(56) 씨는 “늦은 나이에 올린 결혼인 만큼 서로에게 더 사랑을 쏟고 충실하자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둘만의 삶을 택했다”고 전했다.

이 씨는 딩크족으로 살아온 지난 삶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시간적·경제적 여유’를 꼽았다. 그는 “특별한 삶을 살기보다 여느 부부처럼 함께 장을 보고 TV를 보며 언제나 둘이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큰 만족을 느낀다”고 말했다.

명절에 자녀 계획을 묻는 친척들에게는 “생기면 낳고, 안 생기면 안 낳는다”며 유연하게 넘겼고, 시어머니의 2세 기대 역시 남편이 중간에서 배려 있게 중재해 준 덕에 큰 갈등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이 씨는 “자녀가 없으면 부부 사이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흔드는 주변의 시선에 휘둘리거나 그들을 설득하려 애쓸 필요는 없다”며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사람이 아닌 만큼, 부부의 중심을 잡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자녀 부부에 대한 인식 달라져”

프리랜서로 일하는 결혼 2년 차 김모(34) 씨는 학창 시절부터 비출산 의지가 확고했다. 남편의 생각도 비슷했다. 김 씨는 “주변에서 ‘너는 좋은 엄마가 될 텐데 하나 낳아보라’고 권유할 때도 있지만, 아이를 예뻐하는 것과 내 아이를 직접 키우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 씨의 요즘 화두는 육아가 아닌 ‘배움과 진로’다. 대학원 진학 등 새로운 학업 도전을 준비 중인 그는 “아이를 낳아 키우는 행복의 대가로 무엇을 지불해야 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며 “내가 어떤 삶을 원하는 사람인지 깊이 고민해본 뒤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혼 6년 차에 접어들며 개인 헤어숍을 차린 윤모(34) 씨는 커리어를 위해 자녀 계획을 접었다. 윤 씨는 “내 이름으로 매장을 여는 게 오랜 꿈이었고, 숍이 자리 잡기 위해선 당분간 일에 온전히 몰입해야 한다”며 “아이 없이 남편과 둘이서도 충분히 행복하게 살아갈 자신이 있어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무자녀 부부를 ‘미완성된 가족’이나 ‘이기적인 선택’으로 낙인찍는 전통적 시선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송다영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내에 ‘딩크’라는 용어가 쓰인 지 20~30년이 흐르면서 과거에 비해 편견이나 부정적 인식이 크게 줄었다”며 “최근에는 2030 세대뿐 아니라 기성세대 사이에서도 ‘그렇게 살 수도 있지’라며 삶의 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1인 가구나 비혼 등 가족 구조가 다변화되는 현실을 짚으며 “딩크 역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가족 형태 중 하나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생성형AI)
(사진= 생성형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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