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퇴직자 86명 대형 로펌行… ‘담합 소송’ 싹쓸이 속 이해충돌 우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7일, AM 09:33

[세종=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퇴직자 87명이 최근 10년 사이 국내 10대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로펌이 공정위 관련 담합 소송을 대거 싹쓸이하는 상황에서, 전직 당국자들의 내부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가 기업들의 제재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공정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정위에서 10대 로펌으로 이직한 전직 관료는 총 86명으로 집계됐다.

로펌별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21명으로 가장 많은 공정위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 이어 법무법인 태평양(13명), 율촌(11명), 화우(10명), 광장·세종(각 8명), 지평·대륙아주(각 5명), 바른(4명), YK(1명) 순이었다.

로펌 재취업 후 이들의 몸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이직 전과 비교해 보수는 적게는 1.7배에서 많게는 3.7배까지 치솟았다. 특히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긴 21명의 경우, 이직 전 월평균 보수 월액이 825만원 수준이었으나 이직 후에는 3059만원으로 3.7배 급증했다. 화우 이직자 역시 평균 673만원에서 2154만원(3.2배)으로, 태평양 이직자는 621만원에서 1823만 원(2.9배)으로 각각 뛰었다.

문제는 공정위 전직 관료를 대거 영입한 이들 10대 로펌이 공정위 대상 담합 소송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1월부터 올해 7월 10일까지 약 5년 6개월간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된 담합 관련 소송 총 263건 가운데 10대 로펌이 수임한 사건은 중복을 제외하고 191건에 달했다. 전체 담합 소송의 72.6%를 10대 로펌이 가져간 셈이다.

수임 건수를 로펌별로 살펴보면 김앤장이 32건으로 1위를 기록했고, 화우(30건), 태평양(29건), 세종(25건)이 뒤를 이었다. 이어 광장과 바른이 각각 18건, 율촌 16건, 지평 14건, 대륙아주 7건, YK 7건 순이었다.(공동수임 등 중복 5건 제외)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공정위 출신 전직 관료들의 ‘친정 네트워크’와 사건 처리 경험이 기업들의 조사·제재 대응 및 소송전에 전방위로 활용될 수 있어 전형적인 이해충돌 문제를 낳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직자가 재직 중 직접 처리한 업무를 취급하거나 전 소속 기관에 부정한 청탁·알선을 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인 사후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퇴직자 취업 심사와 이직 후 업무 범위에 대한 면밀한 실태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창민 의원은 “공정위 퇴직자의 로펌행은 이해충돌 문제를 빚을 수 있다”며 “퇴직자의 취업 심사와 업무 취급 제한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지, 공정위는 담합 소송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국정감사에서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공정위)
(사진=공정위)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