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독감 유행 빨랐는데 주의보 발령 늦어…유행 발령체계 개편 필요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8일, AM 05:36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올해 정부의 독감 유행주의보 발령이 실제 유행시기보다 늦어지면서 9세 이하 어린이·65세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의 독감 대응이 불필요한 검사비와 약값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새롭게 마련한 독감 유행발령주의보 기준을 충족했다는 입장이지만 행정편의적 유행기준 적용보다는 실제 유행에 맞는 신속 대응한 체계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34주차(8월 16~22일) 독감 의심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9.2명으로 직전 2025~2026절기 유행기준(9.1명)을 넘어 역학적으로 유행 징후가 나타났다. 바이러스 검출률도 10.0%였다.

특히 35주차(8월 23~29일)에는 의심환자가 13.3명, 바이러스 검출률은 12.3%까지 오르면서 이미 올해 새로운 절기의 유행주의보 발령기준을 충족했다. 하지만 36주차(8월 30~9월 5일)에 접어들면서 의심환자는 25.3명으로 새 절기 유행기준인 12.9명의 두 배 가까이 치솟았고 바이러스 검출률도 16.3%에 달했다. 질병청은 올해부터 의심환자 분율이 절기 기준을 넘고 바이러스 검출률이 5% 이상이면 전문가 자문을 거쳐 유행주의보를 내도록 기준을 바꿨다.

문제는 주의보 발령 시점에 따라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평소 만 9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등 고위험군이 오셀타미비르(타미플루 등)를 건강보험으로 처방받으려면 독감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돼야 한다.

반면 유행주의보가 내려지면 검사 없이 의심 증상만으로도 급여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독감 유행 자체에 대한 정부의 유행주의보 발령 등이 늦었다는 비판과 함께 불필요한 의료비를 지출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독감은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 폐렴, 심장발작 및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호흡기 질환이다. 특히 어르신과 어린이,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에게 치명적이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올해 유행이 이례적으로 빨랐을 뿐만 아니라 2025~2026년 절기 종료와 새 절기(2026~2027년) 기준 마련 시기가 겹쳤다는 입장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과거 기준으로 보면 8월 말쯤 했어도 됐다고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그래픽= 문승용 기자)
정부도 유행주의보가 실제 유행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문제를 이미 알고 있었다. 질병청이 지난해 진행한 ‘인플루엔자 유행기준 개선’ 연구에서는 보고와 전문가 자문 과정 때문에 주의보 발령이 1~2주가량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사전에 합의한 기준을 넘으면 전문가 자문을 다시 거치지 않고 곧바로 주의보를 내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 내에서도 올해 조기 유행을 계기로 현행 ‘절기 중심’ 경보체계를 손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재 독감 감시가 절기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면서 “올해처럼 예상보다 일찍 유행이 시작되는 상황을 맞아 현행 기준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소아에서 유행이 유독 빨랐다. 36주차 의사환자는 7~12세가 75.1명, 1~6세가 49.8명으로 전체 평균 25.3명을 크게 웃돌았다. 이에 따라 절기 기준을 재설정하거나 세대별 유행 양상에 맞춘 탄력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독감이 계절성이 있다고 판단했던 게 흔들리면서 실제 유행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유행주의보 발령 체계를 신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감염병 위기관리체계 고도화라는 질병청의 핵심 목표가 무색하게 올해 독감 대응은 행정편의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진행한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지역별·세대별·절기별로 신속 대응이 가능한 행정 체계로 개편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