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인 이번 갈등의 원인은 ‘절차적 흠결’이다. 대법원장이 자신의 제청권을 우선해 대통령의 임명권을 철저히 무시했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다만 그 이면엔 ‘누구의 사람을 제청했느냐’가 이번 갈등의 핵심 원인이란 이야기가 들려온다. 청와대가 원하는 그 누군가를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절차적 흠결’ 논란까지 감내하며 제청을 강행하고 재제청 요구마저 거부했단 게 법원 안팎의 전언이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와 관련해 항의 방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당초 김 전 검사장은 다른 3명의 최종 후보군들과 비교해 정치색이 가장 옅은 인물로 평가됐다. 이에 주무부처인 행안부 뿐만 아니라 민주당 다른 의원들마저 이같은 논란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치적 중립성이 생명인 7대 중대범죄 수사기관의 초대 수장인 점을 감안하면 검증은 필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뤄진 첫 검찰 인사에서 좌천됐다’는 김 전 검사장 해명을 들으면 ‘정치적 중립성’이 아닌 ‘누구의 사람인지 노선을 명확히 하라’는 ‘정치적 선명성’이 검증 대상인 것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든다.
공교롭게도 이런 와중에 검찰 내 대표적 친정부적 성향의 검사로 꼽히는 이정현 수원고검장은 지난 23일 돌연 법무부 원포인트 인사로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행)에 임명됐다. 공소제기 뿐만 아니라 공소취소 권한을 갖는 공소청의 초대 수장 인선이 금명간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이 직무대행이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이 역시 불편한 시선이 뒤따른다.
이쯤되니 형사·사법체계 핵심 기관 곳곳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누구의 사람이냐’라 할 만 하다.
과거 어느 정권에서나 ‘자기 사람’을 중용하려는 시도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사법·검찰개혁이 본격화한 작금의 상황에서 그 인사의 무게감은 과거와는 무게감이 다르다. 대법관을 기존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사법개혁으로 현 정권이 임명할 대법관은 22명에 달한다.
노 전 대법관 후임에 누구를, 어떻게 임명제청하는 지는 향후 21명의 대법관 인선에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수사와 기소를 완전 분리해 중수청·공소청을 출범키로 한 검찰개혁 역시 정치적 중립성 확보 없인 검찰청을 둘로 쪼갠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이미 사법·검찰개혁의 이면에 깔린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국민들이 적잖다. ‘누구의 사람’에 집착할 때 국민들의 이같은 의심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대의적 명분이 아무리 타당하더라도 이를 실현하는 이들이 부당하다면 이같은 ‘개혁’은 특정 누군가를 위한 ‘개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