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돌봄 예산으로 가전·영양제 구매…심의도 1건 빼고 통과

사회

뉴스1,

2026년 September 29일, AM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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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 돌봄 지원금 일부를 원하는 복지 서비스에 쓸 수 있도록 한 '장애인 개인예산제'(개인예산제)의 지원금이 실제로는 가전제품과 영양제 등 물품을 사는 데 주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강습 등 돌봄 서비스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도입한 제도가 물건 구매 위주로 사용되면서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참여자의 영역별 이용 결과 중 '주거지원 물품' 분야 지출의 84.5%(7996만 원)는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등 생활가전 구매에 사용됐다.

'기타 건강지원 제품' 지출의 89.5%(1억 1406만 원)는 비타민과 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에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개인예산제는 △장애인 활동 지원 △발달장애인 주간 활동 △방과 후 활동 △발달재활서비스 등 돌봄 서비스 바우처 4개 급여의 최대 20%를 장애인 개인 예산으로 전환해, 직접 세운 이용 계획에 따라 원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돌봄 서비스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지만 최근 시범사업 지출 내역에 따르면 예산의 대부분이 물품을 구매하는 데 쓰인 셈이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사업 안내를 통해 장기간 사용 가능한 '자산취득성 물품' 구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보건복지부·한국장애인개발원·전문가로 구성된 상급지원위원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예외를 인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올해 위원회가 내린 결정 62건 중 '불가'는 1건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합의'는 6건, 계획 보완을 조건으로 승인하는 '조건부 합의'는 55건이었다. 이중 가전제품 구매가 포함된 안건 22건도 모두 조건부 합의로 처리됐다.

위원회의 심의 이용계획서 46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항목별 배정액의 43.4%(6499만 원)는 김치냉장고·세탁기 등 가전(1671만 원)과 노트북·태블릿 등 전자기기(1265만 원) 등 사업 종료 후에도 남는 자산취득성 물품에 쓰였다. 치료·강습·돌봄 등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 구매에 배정된 경우는 15.4%에 그쳤다.

개인예산제 급여가 상품 구매 위주로 쓰이면서 참여자 간 시장 구매력 격차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바우처 급여는 서비스 지원 종합 조사 등 판정 절차를 거쳐 각자 필요한 돌봄 서비스의 양을 판단하고, 이에 따라 사람마다 다르게 책정된다. 차등 지급된 급여가 개인예산제를 거치면 급여가 큰 사람일수록 물품 구매에 쓸 수 있는 금액도 커져 구매력 차이로 옮겨간다는 지적이다.

서 의원은 "장애인이 돌봄 서비스를 깎아 재화를 구매하게 하는 방식은 장애인 소득과 사회 보장을 위한 국가 책임을 약화하는 기제로 작동할 우려가 크다"며 "개인예산제가 실효성을 갖추려면 별도의 재정을 마련해 추가 예산을 지원하는 구조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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