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FBI냐, 제2 공수처냐"…중수청, 수장·인력·설비 '총체적 난국'

사회

뉴스1,

2026년 September 29일, AM 06:10

중대범죄수사청 개청을 열흘 앞둔 22일 중수청이 입주할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건물 외벽에 중수청 간판이 설치돼 있다. 2026.9.22 © 뉴스1 이광호 기자

부패·경제·마약·사이버 등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 등을 굵직한 사건을 전담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출범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형 FBI'를 목표로 전문수사기관의 깃발을 내걸었지만, 첫발부터 '수장·인력·인프라' 삼중 공백이 중첩되면서 '제2의 공수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미완성'으로 문 여는 중수청…수사 대상 넓은데 인력은 '미달'
29일 확정된 직제에 따르면 중수청은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 체제로 다음달 2일 닻을 올린다. 총정원 2874명으로 본청 인력(396명)을 뺀 2478명이 각 지방청에 분산배치 된다. 본청과 서울청은 중구 르네스퀘어에 입주하고, 부산·대구·광주청은 민간 건물을 청사로 사용할 예정이다. 대전·수원청은 임시 청사에서 문을 연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마약·사이버범죄 등 6대 중대범죄와 법왜곡죄 수사를 전담한다. 6개 지방청에는 중대경제범죄수사과와 금융범죄수사과, 마약수사과, 반부패수사과 등 범죄 유형별 전담 부서가 설치된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 7대 범죄의 보완수사도 중수청의 몫이다. 또 이재명 대통령이 띄운 '내란 사건 특별수사본부'도 중수청이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중수청이 확보한 인력은 정원에 크게 못 미친다는 점이다. 앞서 중수청 개청준비단이 1·2차 수사관 특례임용으로 모집한 신청자는 총 1962명이다. 1차 특례임용에는 당초 2376명이 신청했지만 615명이 지원을 철회해 최종 신청자는 1761명으로 줄었다. 2차 특례임용에는 201명이 추가로 지원했다.

신청자를 모두 임용하더라도 중수청 총정원의 68.3%에 그친다. 선발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막판에 임용을 포기하는 인원까지 고려하면 출범 당시 현원은 더 적어질 수 있다. 특히 '간부급'으로 분류되는 5급 이상 수사관 임용 예정자는 212명(검사 80명·일반직 132명)으로 정원(629명)의 33.7%에 불과해 '수사지휘 공백' 논란이 불거질 우려도 있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은 변호사와 회계사, 사이버 기술·금융 분석 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경력 채용을 실시해 부족한 인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아직 관련 채용 공고가 나오지 않아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출범할 가능성이 크다. 인력 채용부터 수사 실무 교육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란 점도 고민거리다.

법조계는 중수청의 초기 인력난이 수사력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부장검사는 "중수청은 출범하자마자 신규 고소·고발과 첩보뿐 아니라 기존 검찰의 인지사건 상당수도 동시에 감당해야 한다"며 사건 적체나 부실 수사 등 인력 부족에 따른 부작용이 예상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뉴스1 오대일 기자

"공사판에서 수사할 판"…비전 제시할 '중수청장' 인선은 표류
인프라도 '늑장 구축'이 불가피하다. 본청과 서울청이 입주할 서울 을지로 르네스퀘어는 내부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개청일에는 일부 층만 사용하고 나머지 공간은 연말까지 공사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용 PC와 인터넷, 행정 전화 등을 사용하기 위한 업무망·인터넷망·전화망 설치는 연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중수청 본청·서울청의 사무환경 조성 건축공사의 개찰일은 출범 일주일 뒤인 다음달 8일 잡혀있다. 공사기간은 착공일로부터 70일로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사무공간이 완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부산·광주·대구·대전 4개 지방청은 전날인 28일에야 사무환경 조성사업(기계·건축·전기·소방)을 입찰 공고했다.

전산 시스템도 임시 체제로 출발한다. 중수청은 개청 당일에는 경찰청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활용해 사건관리 등 필수 기능만 우선 가동하고, 나머지 사건처리 기능은 연말까지 순차적으로 완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행안부는 중수청 자체 KICS 구축에 3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검찰의 수사 전문성을 이어받으면서도 기존 검찰의 수사 관행과는 차별화해야 하는 딜레마도 중수청이 풀어야 할 과제다. 수사 경험이 풍부한 검사 출신을 전진 배치하면 '도로 검찰청' 비판이 불거질 수 있다. 반대로 검사 출신을 인위적으로 배제해 수사 역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2 공수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이같은 산적한 우려를 해소하고 중수청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초대 청장은 인선은 이날까지 안갯속이다.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는 지난 8일 지명됐지만, 범여권의 거센 반발로 3주째 인선 절차가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은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멕시코 순방을 마친 뒤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봤지만, 숙고가 더 길어지는 모양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역임했던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6일 중수청·공소청 체제에 대해 "비정상적으로 준비가 더디다. 개문발차도 정도가 있는 법"이라며 "이왕 제도를 바꾸기로 했으면 최선을 다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그렇게 하더라도 제도적 한계로 인해 부작용이 나온다면 제도 보완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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