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압류 후 계약 깨도 채권자에 효력無"…대법 전합 판례 변경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9일, PM 03:03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채권압류 또는 가압류된 후 해당 채권의 발생원인인 계약이 채무자와 제3채무자 간 합의해제했더라도, 제3채무자가 압류채권자 또는 가압류채권자에 대항할 수 없단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합의해제시 피압류채권이 소멸됐단 사유로 제3채무자 대항을 인정했던 종전 대법원 판례를 전면 수정한 판결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기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기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 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9일 한 A사가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금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전원일치의견으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사는 C사가 시행하던 바이오가스 발전사업을 2018년 7월 8억 5000만원에 양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C사 금전채권자였던 A사는 해당 양수계약에 따라 B사에 대해 갖는 양도대금 채권 중 3억 5000만원 부분을 가압류한 후, 집행권원을 얻어 본압류로 이전하는 내용의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와 관련 A사가 B사를 상대로 추심금 지급을 구하는 이번 소송을 제기하자, B사는 채권가압류 이후 C사와의 양수계약을 합의해제했으며 이에 따라 양도대금 채권이 소멸돼 A사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2심은 이른바 ‘합의해제 법리’에 대한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라 B사 손을 들어 원고 패소 판결했다.

기존 판례는 ‘원칙적으로 제3채무자는 채권압류 또는 가압류가 있은 후에도 채권의 발생원인인 계약의 합의해제로 피압류채권이 소멸됐다는 사유를 들어 압류채권자 또는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이같은 기존 판례를 변경하는 판단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압류의 처분금지효는 압류재산에 대한 채무자의 처분의 자유보다 압류재산의 현금화를 통한 채권 만족이라는 강제집행 제도의 목적 및 압류채권자의 이익을 우선시키기 위한 규범적 토대”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합의해제는 계약 당사자가 합의로써 기존 계약의 효력을 소멸시켜 당초부터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던 것과 같은 상태로 복귀시킬 것을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계약이지만 그 효력은 당사자 사이에만 미치는 것이 원칙”이라며 “합의해제에 따른 계약 및 채권 소멸의 효력이 제3자인 압류채권자에게 당연히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제3채무자는 채권압류의 효력 발생 이후 채권의 발생원인인 계약의 합의해제로 피압류채권이 소멸하였다는 사유를 들어 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단 △법정해제나 약정해제 등 계약관계를 소멸시킬 수 있는 별도 사유의 요건을 갖추었지만 합의해제의 형식을 취한 것에 불과한 경우 △피압류채권이 계속적 계약에서 발생하는 장래의 지분적 권리인 경우 △압류만을 이유로 합의해제의 대항력을 부정하는 것이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을 예외 사유로 뒀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처분금지효에 관한 관련 판례의 방향성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채권압류 후 합의해제를 허용하는 획일적인 결론에 이르렀던 합의해제 법리를 폐기한 것”이라며 “강제집행 제도의 목적 및 압류채권자의 이익을 압류재산에 대한 채무자의 처분의 자유보다 우선해 보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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