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출범 D-3…공수처와 중복수사 기준 '아직도 미정'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29일, PM 04:16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관할이 겹치는 사건의 우선수사 원칙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수사권 충돌의 현실 가능성을 낮게 판단하고 있지만 중수청이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기 전 관할·이첩 기준 등 ‘교통정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사진=백주아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사진=백주아 기자)
공수처는 2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공수처와 중수청이 동일 사건을 동시 인지한 경우 공수처가 우선 수사한다는 원칙이 정해져 있느냐는 질문에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공수처 관계자는 “꼭 중수청이 아니더라도 다른 수사기관과의 관계에서 (공수처가) 이첩 요청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반대로 다른 수사기관이 저희에게 이첩할 수도 있다”며 “고위공직자 사건에 대해 공수처에 인지통보를 하는 절차도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다음 달 2일 중수청이 출범하면 양 기관의 수사 대상이 맞물리는 사건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 등 7대 중대범죄를 수사한다. 이 가운데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부패·경제범죄 등은 공수처의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범위와 겹칠 수 있다.

가령 중수청이 대형 경제·부패 사건을 수사하다 고위공직자의 뇌물 혐의를 포착하거나, 반대로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중수청 관할의 중대범죄 혐의를 발견할 수 있다. 두 기관이 동일 사건을 각각 인지하는 경우도 가능하다. 이 경우 어느 기관이 수사를 계속하고 사건을 넘길지에 따라 중복수사나 수사 지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수사기관 간 관할을 제도적으로 조정할 장치가 새로운 수사체제 출범과 동시에 가동하는 것도 아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 간 관할을 조정하기 위한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를 두도록 했지만 관련 조항은 내년 2월부터 시행된다. 내달 2일 이후 약 4개월간은 법정 조정기구 없이 기존 사건 이첩·인지통보 절차와 기관 간 협의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하는 셈이다.

수사기관 간 충돌 전례도 있다. 2021년 공수처 출범 당시에도 검찰·경찰과 사건 이첩 기준 등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며 관할 충돌이 빚어진 바 있다.

다만 공수처 내부에서는 출범 직후 양 기관이 사건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공수처 고위 관계자는 “중수청 입장에서는 출범 초기 첫 사건을 통해 성과와 효능감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금융이나 공정거래 등 수사해야 할 분야가 많은데 굳이 공수처가 맡고 있는 정치적으로 논란이 큰 사건부터 선택할 이유는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중수청이 지휘부 인선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사실상 ‘개문발차’하면서 양 기관 간 관할 조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도 출범 이후로 넘어갈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실제 중복 사건이 발생한 뒤 조정에 나설 경우 수사 지연이나 기관 간 관할 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세부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대표변호사는 “출범 초기 ‘우리 관할’이라며 수사기관 간 혼선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우선수사·이첩 기준을 미리 정비했어야 했다”며 “준비할 시간이 충분했는데도 세부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관할 다툼이나 수사 지연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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