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김치냉장고에 1년 동안 시신을 숨긴 피고인이 지난해 9월 30일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건이 발생한 날은 2024년 10월 20일이었다. A씨는 이날 오후 9시께 군산시 조촌동 한 빌라에서 여자친구 B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투자금이 80%가량 손실 난 상황에서 언쟁을 벌인 것이었다. 당시 B씨는 “내 말대로 하지 않아 손해를 본 것 아니냐”며 “주식도 제대로 못 하느냐”고 했다. A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주식 단타 매매로 생활해온 상황이었다.
A씨는 B씨와 계속 언쟁을 이어가던 중 화가 난다며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이후 B씨 시신을 이불로 싼 뒤 가방 안에 넣었고 이튿날 새로 구매한 김치냉장고 안에 유기했다. 영하 32도로 온도를 설정하고는 급속 냉동하기까지 했다.
A씨의 범행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B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유가족들과 문자로 연락하며 피해자가 살아있는 척 행세했다.
당시 B씨의 동생 C씨는 언니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수차례 걸었지만 A씨는 매번 이를 끊었다. C씨에게 돌아오는 것은 “의지할 사람이 생겼으니 편하게 살 것”이라거나 “나 없이 살라”는 짧은 메시지뿐이었다.
결국 C씨는 경기남부경찰청에 실종 신고를 접수했고 A씨의 범행은 11개월 만에 드러나게 됐다.
당시 경기 화성동탄경찰서는 B씨 소재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걸었는데 A씨는 함께 지내던 여성 D씨를 시켜 대신 답하도록 했다. 이에 경찰은 B씨를 직접 만나 확인하겠다고 했고 D씨가 ‘나는 B씨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A씨의 범행 실마리가 잡혔다. 이를 수상히 여긴 D씨가 추궁하자 A씨는 자신이 사람을 죽였다고 실토했다.
같은 날 오후 D씨의 지인이 경남경찰청에 이 같은 사실을 신고했고 두 사건을 전달받은 군산경찰서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튿날 A씨를 체포한 뒤 빌라 내부 김치냉장고에 있던 B씨 시신을 발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이후에도 빌라 월세를 꾸준히 내 살해 사실을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B씨 명의로 대출받거나 보험을 해약해 약 8800만원을 가로채 생활비로 쓰기도 했다.
그러나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왜 알려준 대로 주식에 투자하지 않아서 손해를 봤느냐’고 무시해서 홧김에 그랬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취지로 진술했다.
◇법정서 “우발 범행, 선처를” 法 “피해 복구 위한 노력 안 해”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검찰은 “피고인은 오랜 기간 신뢰를 쌓아온 피해자를 배신한 뒤 잔혹하게 살해하고 그 이후 시신을 유기해 범행을 은폐했다”며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하였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되돌릴 수 없는 잘못에 대해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을 참작해 선고해 주길 바란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시신을 차디찬 김치냉장고에 11개월이나 유기하며 고인의 마지막 존엄성까지 오욕하고 훼손했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이어 “피고인은 반성하고 속죄한다면서도 현재까지 피해 복구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유족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에게 중형을 선고해 장기간 격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불복한 A씨와 검찰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2심에 이르러 피해자의 가족에게 1500만원을 형사 공탁했으나 유족 측은 이를 받지 않겠다며 회수 동의서를 제출했다”며 “이 사건의 범행 수법, 피해 정도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공탁만으로는 형을 유리하게 변경할 사정이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이후에도 (시신을) 11개월이나 냉장고에 유기하고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해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후 대법원이 A씨 측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형이 확정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