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보관 차량 빼돌리라 지시한 공무원…대법 "증거은닉교사 무죄"

사회

뉴스1,

2026년 September 30일, AM 06:00

대법원 전경 © 뉴스1

차량에 보관 중이던 뇌물수수 금품이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각될 것을 우려해 차량을 빼돌리도록 지시한 행위는 자기 자신에 대한 증거은닉으로 볼 여지가 있어 증거은닉교사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3일 뇌물수수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게 징역 2년과 벌금 3000만 원을 선고하고 1265만 원 상당의 추징을 명한 원심을 확정했다.

익산시청에서 수의계약 등 업무를 담당했던 A 씨는 지난 2021~2024년 사이 B 조합 이사장과 이사로부터 관내 사업 수의계약 수주 청탁을 받으면서 9차례에 걸친 66만 원 상당의 식사 접대와 6차례에 걸친 99만 원 상당의 골프비용 등을 제공받은 혐의(뇌물수수)가 있다.

또한 A 씨는 한 회사의 대표로부터 수의계약 청탁을 받으면서 총 8차례에 걸쳐 800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았다. 그는 또다른 주식회사 대표이사로부터도 수의계약 청탁을 받으며 총 300만 원의 현금을 받기도 했다.

아울러 A 씨는 지난해 6월 한 기자로부터 '광고 실적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고 한 업체 대표인 C 씨에게 광고를 게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A 씨는 이 무렵 C 씨로부터 현금 2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경찰은 지난해 7월, A 씨가 조합 관계자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했다는 취지의 피의사실과 관련해 익산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시 자신의 승용차가 수색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차량에 보관된 9140만 원의 현금과 합계 853만 원 상당의 상품권 등이 발각될 것을 염려해 승용차를 빼돌려 현금 등을 은닉하기로 하고, 부하 직원을 통해 자신의 가족에게 연락하여 차량을 빼게끔 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지난해 12월 A 씨의 일부 뇌물수수와 증거은닉교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1년과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1265여만 원의 추징을 명했다.다만 C 씨로부터 200만 원을 수수한 부분에 대해선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A 씨가 C 씨로부터 200만 원을 수수한 점에 대해 "피고인이 영득의 의사로 뇌물을 수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반면 1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증거은닉교사죄에 대해선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증거은닉교사행위를 했으나 피고인과 부하 직원의 진술,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 등을 통해 차량과 차량에 보관 중이었던 물건을 옮긴 사정이 당시 현장에서 바로 드러났다"며 "게다가 차량에서 보관 중이었던 물건들은 압수영장에 기재된 압수대상에 해당하지 않았고, 피고인에 대한 수사 결과 차량 안에 있던 물건들에 대해 뇌물죄 관련 공소제기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증거은닉교사 행위가 형사사법작용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했다거나 그러한 위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기 자신이 한 증거은닉 행위의 범주에 속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해 방어권을 남용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증거은닉죄는 타인의 형사사건이나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은닉할 때 성립한다. 자신의 형사사건에 관한 증거은닉을 위해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이 방어권의 남용이라고 볼 수 있을 때는 증거은닉교사죄로 처벌할 수 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k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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