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하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이 30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에서 이란 다야니 2차 ISDS 사건 승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30 © 뉴스1 김영운 기자
정부가 이란 '다야니' 가문이 제기한 2차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승소했다. 이로써 정부는 7700억 규모의 국고 유출을 막고 40억 원가량의 소송 비용을 돌려받게 됐다.
법무부는 3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란 국적 다야니 일가가 한국-이란 투자협정에 근거해 제기한 2차 ISDS 사건에서 지난 28일 판정부 만장일치로 승소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정부로부터 "청구인(다야니 가문)은 한국 정부 소송비용 중 약 40억 원(75%)과 중재 행정비용 약 8억 원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받았다.
다야니 가문은 2010년 일가 소유의 가전·석유화학 기업 '엔텍합' 자회사를 통해 워크아웃 절차를 밟던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고자 채권단에 계약금 약 578억 원을 냈다.
이후 대우일렉트로닉스 채권단은 엔텍합의 투자확약서 미제출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면서 계약금을 몰취했다.
그러자 다야니 가문은 계약보증금 몰취가 한-이란 투자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2015년 9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1차 ISDS를 제기했고, 2018년 6월 승소했다.
정부는 배상금 730억 원과 이자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중재 판정부 결정에 불복해 취소소송을 냈지만 기각되면서 2019년 패소가 확정됐다.
이후 정부는 2022년 4월 1차 ISDS 배상금 858억 원 중 622억 원을 지급하고 236억 원은 국내 법원의 압류·추심 명령에 따라 법원에 공탁했다.
당시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다야니 가문에 배상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미국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정부는 2022년 1월 관련 승인을 받은 뒤 배상금 지급과 공탁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다야니 가문은 정부가 1차 배상금을 지급하기 전인 2021년 10월 18일 "한국 정부의 배상금 미지급이 투자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2차 ISDS를 제기했다.
다야니 측은 "배상금을 즉시 받아 다른 곳에 투자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인 7700억 원 규모의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송금이 지연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배상금 지급 절차 지연 책임을 한국 정부에 물은 것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다야니 측이 "제3국인 미국의 경제 제재를 왜 지키나", "한국은 주권 정부 아닌가"라는 취지로 항의했으나, 제재를 지키지 않으면 천문학적 벌금을 물게 돼 준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강준하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이 30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에서 이란 다야니 2차 ISDS 사건 승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30 © 뉴스1 김영운 기자
다야니 일가는 분쟁 과정에서 국적을 이유로 다른 외국인 투자자와 달리 대우한 것은 차별이고, 국내 법원 명령에 따른 공탁도 공정·공평 대우 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2차 분쟁을 촉발한 1차 배상금을 투자협정 상 '투자'로 볼 수 없어 판정부 관할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판정부는 배상금이 기존 투자의 연장이기에 관할권이 있다고 봤다.
다만 판정부는 한국 정부가 OFAC 승인을 받은 것은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 및 국제경제 질서를 고려한 '지극히 정당한 결정'이라고 했다.
또한 투자 협정상 '투자자의 자유로운 송금을 보장할 의무'는 투자자가 직접 투자자산을 국외로 반출하는 것을 부당하게 가로막지 말라는 취지일 뿐, 정부가 직접 외화를 송금하는 이번 배상금 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정부의 배상금 지급이 늦어진 건 자의적인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경제 제재를 준수하기 위한 합리적이고도 불가피한 행위라고도 봤다.
판정부는 "판정 준수 의무는 판정 자체의 효력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판정 불이행을 이유로 또 다른 ISDS를 허용한다면 투자협정 목적에 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상금을 받지 못한 투자자는 집행지 법원에 강제 집행을 신청해 구제받아야 하고, 새 ISDS를 제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가 1차 판정 배상금을 원화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한 이상 판정 준수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했다.
1차 판정문의 배상 기준 통화가 원화였던 만큼, 정부가 원화 지급을 제안하고 성실하게 송금을 위해 노력한 이상 판정 준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강준하 법무부 국제법무국장이 30일 경기 과천시 법무부에서 이란 다야니 2차 ISDS 사건 승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9.30 © 뉴스1 김영운 기자
이에 따라 정부는 약 7700억 원 규모의 국고 유출을 차단하고, 소송 비용 약 40억 원을 돌려받게 됐다. 정부의 중재 행정비용 약 8억 원도 다야니 측이 부담할 예정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1차 ISDS 배상금을 집행국 법원이 아닌 별도의 ISDS로 받아내려는 시도를 방어해 ISDS 악용을 차단했다"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후속 절차에 대비하고 소송비용 환수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해외 기업과 사모펀드, 투자자 등이 제기한 ISDS에서 연달아 승소했다.
정부는 지난 28일 스위스 승강기 업체 쉰들러와의 3250억 원 규모 ISDS 승소를 확정 지었다. 법무부는 쉰들러로부터 소송 비용 96억 원을 돌려받았다.
이달 13일에는 중국인 투자자 펑전 민 씨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ISDS 사건 판정 취소 신청에서 승소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의 ISDS 판정 취소 사건에서 승소하며 4000억 원 배상 책임이 소멸했다.
minjae@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