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민사 재판에 출석하는 수형자도 사복을 착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법무부 장관에게 표명했다.
30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3월 수도권의 한 구치소에 수용 중인 수형자는 민사 사건의 열람·등사를 위해 법정에 출정하고자 사복 착용을 허용해달라고 한 요청을 구치소장이 받아들이지 않자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취지의 진정을 인권위에 냈다.
구치소 측은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에 따른 적법한 조치라고 답했다. 형집행법 제82조와 88조는 미결수용자와 형사사건으로 수사·재판을 받는 수형자에 대해서는 사복 착용을 허용하고 있지만 민사재판 출석 수형자는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현행 형집행법의 규정과 과거 헌법재판소 결정을 고려해 해당 진정은 기각했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12월 23일 형사재판에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해 사복 착용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고 봤지만, 민사재판에 출석하는 수형자에 대해 사복 착용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인격권 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다만 인권위는 민사재판 역시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법절차인 만큼 수형자에게 재소자용 의류를 착용하게 하는 것이 불필요한 낙인효과와 심리적 위축을 초래해 실질적인 재판 참여와 권리행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도 2020년 수형자의 사복 착용권을 미결수용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장하고 적용 범위를 형사사건뿐 아니라 민사사건 등 일반재판까지 확대하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형집행법 제4조의 수용자 인권 존중 원칙과 국제 인권 규범의 취지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민사재판 또는 이에 준하는 사법절차에 출석하는 수형자도 도주 우려 또는 계호상 특별한 위험이 없는 경우 사복 착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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