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던진 빚 폭탄, 도민 주머니 위협하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30일, PM 05:13

[수원=이데일리 황영민 기자] 경기도가 31개 시군에 던진 ‘빚 폭탄’이 도민들의 지갑을 위협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도가 일방적으로 시군 보조사업에 대한 도비 보조율 하향을 통보하면서 재정 부담이 커지자, 일부 지자체에서는 세입 마련을 위해 공공요금 상승도 검토하기 시작하면서다.

챗GPT를 활용해 제작한 생성형 AI 이미지.
챗GPT를 활용해 제작한 생성형 AI 이미지.
30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하남시의 내년도 본예산 추계에서 세입보다 세출이 1272억원(13.1%)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들어오는 돈은 적은데, 써야 할 돈이 불어난 탓이다.

앞서 경기도는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재정비상상황 선언 이후 31개 시군에 현행 4~50% 수준이었던 도비 보조율을 최대 30%까지로 낮추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용인과 성남 등 재정여건이 타 지자체에 비해 좋은 지자체에게는 일부 사업에 한해서 10%까지 낮추겠다고 예고했다.

경기도가 짊어질 재정부담을 시군에 떠넘긴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년기본소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도입한 이 사업은 기존에는 도비 70%·시군비 30% 비율로 시행됐지만, 경기도의 이번 조치로 도비는 30%로 줄고, 시군비 분담률이 70%로 늘었다. 하남시의 경우 이 사업에만 9억원의 시비가 추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의 시그니처 정책인 농민기본소득은 기존 도비와 시군비 각 50%씩 분담에서 도비 10%·시군비 90%로 역전됐다. 경기도내에서 행정구역 면적이 10번째로 작은 하남시만 해도 900명의 농민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이 3억원으로 늘어났다. 반도체 산업 특수로 초과세수가 예상되는 일부 시군 외 재정여건이 열악한 지자체, 특히 농민이 많은 도농복합지역은 폭탄을 맞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하남시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나갈 돈을 줄이고, 급기야 공공요금 인상까지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대상은 상하수도요금과 체육시설이용요금 등이다. 경기도의 재정비상상황 선언에서 튄 불똥이 결국 일반시민들에게로 번진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하남시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구 100만 특례시인 고양시의 경우 시군 보조사업에 일률적으로 도비 지원율 30%를 적용할 경우 553억 5000만원의 시비가 더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방재정의 또다른 위협, 미래대응기금

여기에 더해 정부가 추진 중인 미래대응기금 도입 시에는 지방교부세가 줄어들어 시군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내국세에서 미래대응기금을 먼저 적립한 뒤 남은 돈의 19.24%를 받기 때문이다.

2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당정협의회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추 지사는 초과 세수 발생 지역의 기여도를 인정하는 성장동력계정 등 세 가지 기금 운용 방안을 제시했다.(사진=경기도)
29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당정협의회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추 지사는 초과 세수 발생 지역의 기여도를 인정하는 성장동력계정 등 세 가지 기금 운용 방안을 제시했다.(사진=경기도)
한 재정 전문가는 “지금 하남시에서 벌어진 일이 도와 시군간 관계 외에도 국가와 지자체 간 관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라며 “현재 국가에서 복지성, 특히 현금이 나가는 사업이 너무 많이 하고 있는데 한 번 주기 시작하면 줄일 수도 없다. 이렇게 되는 것들에 대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현금성 복지사업은 도입 전에 재정영향평가를 받는 등 신중해야 한다”며 “책임성도 누구에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경기도에서 시작한 도민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사업은 도의 책임성이 강한데, 이렇게 급진적으로 보조율을 줄이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 재정 펑크 사태를 겪은 하남시의 사회복지분야 예산은 2022년 3326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44.39% 수준이었으나, 매년 수백억원씩 늘어나 올해는 4888억원으로 총예산의 51.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비상상황을 선언한 경기도 역시 2022년 복지예산이 14조원이었으나, 올해는 19조 6000억원으로 5조 6000억원(40%)나 늘어난 상태다.

한국지방세연구원 현안대응센터가 이날 발표한 ‘미래대응기금 도입과 지방교부세 개편,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브리프도 같은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현정 센터장은 브리프를 통해 “지방교부세의 내국세 연동구조는 국가의 세수가 부족한 경우 지방정부도 재정적 부담을 함께 분담하고, 반대로 세수가 증가하는 경우 지방정부 역시 추가적인 재원을 확보함으로써 세수 변동에 따른 부담과 성과를 공유하는 정부 간 재정관계를 형성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세수 감소에 따른 부담은 지방정부와 분담하면서도 세수 증가분은 공유하지 않는 방식의 개편은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독립적인 재정주체가 아닌 중앙정부의 필요에 따라 몫을 조정시킬 수 있는 대상으로 간주함에 따른 결과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세수 감소에 따른 부담과 세수 증가에 따른 성과를 각각 어느 범위까지 공동으로 부담·공유할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원칙을 일시적인 재정여건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중앙·지방 간 재원배분 기준으로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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