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 명만 무대 올라도 사전심사…서울시 규제완화 건의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1일, AM 11:17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외국인이 단 한 명이라도 출연하면 공연 전체가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추천 대상이 되는 현행 제도의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3년간 일반공연 사전 심사 통과율이 99%에 달하는 가운데 서울시는 심사 필요성에 따라 사전추천을 차등 적용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서울시청 전경. (사진=서울시)
서울시청 전경. (사진=서울시)
서울시는 외국인 공연과 숙박업 신고번호, 가상현실(VR) 콘텐츠 등 문화·관광 분야 규제 3건에 대한 개선안을 2일 국무조정실에 제출한다고 1일 밝혔다.

시는 외국인 국내공연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사전추천 제도를 공연 성격에 따라 차등 적용해 줄 것을 건의했다.

현행 공연법은 외국인이 국내에서 공연하거나 외국인을 초청해 공연하려는 경우 국가·지방정부 초청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영등위의 사전추천을 받도록 규정한다. 외국인이 한 명만 출연해도 공연 전체가 심사 대상이 된다. 추천 없이 공연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KBS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와 K팝 공연, 해외 피아니스트의 클래식 공연, 뮤지컬 ‘겨울왕국’ 등도 올해 사전추천을 받았다.

반면 심사를 통과하는 비율은 사실상 100%에 가깝다. 지난해 일반공연 추천 신청 1998건 가운데 1980건이 통과했다. 올해도 1695건 중 99%가 추천되는 등 최근 3년간 추천율은 99%에 달했다.

심사는 통상 주 1회 열려 서류를 보완하거나 출연진·일정이 바뀌면 다음 회의를 기다리거나 변경추천을 다시 받아야 한다. 지난해 변경추천은 482건으로 일반공연 추천 건수의 약 24%였다.

서울시 출연기관 가운데 한 곳은 연간 약 20건의 추천을 신청한다. 심사에 약 2주가 걸리는 데다 이후 비자 발급까지 고려해야 해 공연 6개월 전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해외 연주자와 영문 계약을 체결하고도 심사 제출용 국문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는 사례도 있다.

시는 공연 내용과 형태, 외국인 출연 비중 등을 따져 심사 필요성이 낮은 일반공연은 신고제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공공기관과 지방공사·공단, 지방정부 출자·출연기관이 외국인을 초청하는 공연도 추천 면제 대상에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별도 관리가 필요한 관광업소 공연은 현행 추천 제도를 유지한다.

숙박업 등록·신고번호를 전국 공통 기준으로 표준화하는 방안도 건의한다. 현행법은 숙박업 증서의 기재항목만 정하고 등록·신고번호 표기방식은 규정하지 않아 지방정부마다 번호체계가 다르다.

서울 안에서도 마포구는 ‘연도-6자리 일련번호’, 종로구는 ‘연도-일련번호’, 강남구는 ‘연도-4자리 일련번호’를 사용한다. 숙박 플랫폼은 신고증의 진위를 자동으로 검증하기 어려워 일일이 수작업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위조 신고증까지 등장했다.

오는 11월 12일 시행되는 개정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숙박 플랫폼은 중개 전 영업신고증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확인할 수 없는 숙소는 중개할 수 없다.

시는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해 ‘업종코드-지역코드-인허가연도-일련번호’ 방식의 공통

번호체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플랫폼 이용자가 적법한 숙소인지 바로 확인하고 사업자도 신고증을 효율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VR 콘텐츠를 영화와 게임 가운데 어느 쪽으로 분류할지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다. 현재 관련 법률에는 VR 콘텐츠에 관한 별도 분류 기준이 없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사 관행에 의존하고 있다.

관객의 선택에 따라 장면이 달라지는 VR 영화는 ‘연속적인 영상’으로 인정받지 못해 게임물로 분류될 수 있다. 게임물이 되면 영상물보다 무거운 규제를 적용받고 영화관 개봉도 어려워진다.

국내에서 제작된 VR 영화 ‘화이트 래빗’은 2018년 칸국제영화제 공식 마켓에서 영화 작품으로 상영됐지만 국내에서는 게임물로 분류됐다.

시는 문화체육관광부 고시를 제정해 이야기 중심의 영화형 VR 콘텐츠를 게임물에서 제외하고, 영등위 등급분류 기준에도 영화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조완석 서울시 규제혁신기획관은 “글로벌 공연과 관광 수요가 늘고 새로운 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일부 제도는 변화한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의 본래 취지는 지키되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는 적극 개선해, 서울이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에 지속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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