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투자사기 돈이 카지노로…칩 바꿔 ‘현금 세탁’한 일당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3일, AM 09:24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20억원이 넘는 주식 투자사기 피해금을 카지노 게임 칩으로 바꾼 뒤 다시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자금 세탁에 가담한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카지노 VIP 고객이 일정 금액 이상 게임을 하면 남은 칩을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을 범행에 악용했다.

(사진=챗GPT 생성)
(사진=챗GPT 생성)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2단독 박병주 판사는 사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고 38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주식 투자사기 조직의 인출책 모집에 관여하고 조직원들을 차량으로 이동시키며 범죄수익 세탁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조직은 주식 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피해자들을 가짜 투자 사이트에 접속하도록 유도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 동안 피해자 34명에게서 총 20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조직은 이렇게 가로챈 돈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카지노를 이용했다.

카지노 VIP 고객이 수표 등으로 게임 칩을 구매해 일정 금액 이상 게임을 하면 남은 칩을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인출책들이 피해금이 입금된 계좌에서 돈을 수표로 인출해 전달하면 환전책 역할을 맡은 VIP 고객이 이를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게임 칩으로 바꿨다. 이후 남은 칩을 다시 현금으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범죄수익을 세탁했다.

A씨는 개인 차량이나 렌터카를 이용해 불법 유상운송을 하는 이른바 ‘콜뛰기’를 하던 중 손님으로 만난 조직의 자금 세탁책과 친분을 쌓으면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인을 통해 인출책 4명을 모집했다. 또 조직원들을 자신의 차량에 태워 범죄수익을 전달받거나 넘겨주는 장소로 이동시키는 역할도 맡았다.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인출책 모집 역할까지 맡았다는 점에서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피해 규모가 크고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다만 A씨가 범행을 인정한 점과 가담 기간이 길지 않은 점,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동종 전과나 벌금형을 넘는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은 양형에 참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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