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연애 재판 애플리케이션(앱). 앱에 이용자가 연인과의 갈등 상황을 입력하면 AI가 양측의 주장을 분석해 판결 결과와 쟁점, 참작 사유 등을 실제 판결문과 유사한 형식으로 제시해 준다.
"사귄 지 3개월 된 애인이 매일 차로 태워다 준다는 이유로 본인 차량 쓰레기를 나한테 매번 버려달라고 해. 기분 나빠도 될까?" 인공지능(AI) 연애 재판 애플리케이션(앱)에 사연을 입력하자 AI는 약 5초 만에 "상대방은 사연자의 서운함을 인지하고 쓰레기 처리 부탁을 중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AI는 "오늘 바로 애인의 차량 쓰레기통을 먼저 비워주는 건 어떠하냐"며 "차로 데려다주는 호의와 쓰레기 버리는 부탁은 별개임을 명확히 말하라"고 조언했다.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연인 간 갈등이 누구 잘못인지 판단해 주는 AI 연애 재판 앱이 화제다.
이 앱은 출시 이후 2개월 만에 앱스토어 소셜 네트워킹 부문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고 사용자 3만 명을 달성했다.
앱 개발자는 본인 SNS를 통해 "연애할 때 고민을 친구한테 말하면 내 편만 들어주는 문제가 있다"며 보다 객관적인 AI 재판 서비스를 구상했다고 개발 이유를 설명했다.
사용자들의 흥미로워하는 반응을 본 개발자는 'AI 판결을 시작점으로 사용자들이 서로 놀 수 있게 만드는 서비스'로 구조를 확장했다고 부연했다.
앱 이용자 공개 게시판에는 판결을 맡기려는 사연 글이 날마다 수십 개씩 게시되고 있다. '애인이 반지 맞추는 걸 계속 미룬다', '전 애인의 SNS를 팔로우하고 있다'는 가벼운 사연부터 '폭력을 가하는 애인의 버릇을 고칠 수 없을까'라는 비교적 심각한 사연까지 다양하다.
앱에 이용자가 연인과의 갈등 상황을 입력하면 AI가 양측의 주장을 분석해 판결 결과와 쟁점, 참작 사유 등을 실제 판결문과 유사한 형식으로 제시해 준다.
평소 애인에게 져주는 편이라는 한 이용자는 "이번엔 애인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화를 내도 될지 고민이었다"며 "AI 연애 재판 앱을 통해 결과를 보여주니 여자 친구가 먼저 사과해 왔다. 덕분에 화해하고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AI가 갈등의 맥락이나 당사자들의 감정, 이전에 있었던 대화 등 모든 상황을 파악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사용자는 "제한된 글자 수 안에 사건의 모든 사정을 담기 어려워 일부 내용만 입력했는데 실제 상황과 다른 편파적인 판결을 받았다"며 "앞뒤 사정도 잘 모르면서 이런 판결을 받으니 눈물이 났고 오히려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짧은 시간 안에 제시된 AI 답변을 실제 '정답'처럼 받아들이거나 자신의 입장을 확인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하면 오히려 갈등을 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AI에 과의존하면 연인 관계의 미묘한 감정을 파악하지 못한 채 AI의 해결책이 모두 맞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AI의 판단을 정답으로 믿고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여겨 연인 간 대화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의 관계나 감정은 자기 자신이 깊게 들여다보고 생각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 역시 "AI의 판단을 정답처럼 받아들이기보다는 하나의 의견을 듣는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며 "사람 사이의 판단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주변 사람과 함께 의견을 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ug@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