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제청권 vs 임명권, 헌법학자들도 분분…타개 방안은 "협의뿐"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05일, AM 06:00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법원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대법관 제청권과 임명권에 대한 해석 논란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몇 차례 언론 공지를 통해 공방을 벌인 가운데, 헌법학계에서도 대법관 제청권과 임명권의 우선순위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제청 핑퐁' 7개월 넘긴 대법관 공백…'언론 공지'로 갈등 계속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대법관 자리의 공백은 216일째 이어지고 있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8월 18일 노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다. 청와대는 같은 달 28일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실질적인 협의 없이 서면 제청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재제청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2일 재제청 요구를 정당화할 구체적인 헌법적 근거나 사유를 찾을 수 없다며 재제청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청와대는 2차 입장문까지 내고 "대통령의 재제청 요청이 헌법상 문서주의와 부서 제도를 준수하지 않은 흠결이 있는 것처럼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입장 발표"라며 조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23일 추가 언론 공지를 통해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8월 28일 자 (청와대의) 공문에 형식적 하자가 있다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공문의 문언상 명확한 근거와 사유가 제시되어야 그 효력에 다툼이 없고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관해 청와대도 추가 입장문을 내고 "임명할 의사가 없다는 거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며 "후속 절차로서 재제청을 요청한 사유다"라고 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에 대해 특정 후보자를 제청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형식적 권한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대통령의 임명 거부 및 재제청 요청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건전한 상식을 가진 평범한 시민의 관점에서 공문 내용을 이해하라"고도 했다.

제청권·임명권 둘러싼 갈등…우선하는 권한 질문에는 헌법학자도 '분분'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대법관 임명에 관한 규정은 헌법 제104조 제2항뿐이다. 이 조항에서는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1987년 개헌 이전까지 '대법원판사는 대법원장의 제청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한다'며 대법원장의 제청 이후 대통령 임명이 이뤄졌는데, 국회의 동의가 추가됐다.

대법관 제청권과 임명권에 대한 대법원과 청와대의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긴장 상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제청권과 임명권 중 어떤 권한이 우선인지를 두고 헌법학자들의 해석도 갈린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법관 제청권과 임명권은 우열 관계는 아니다"라면서도 "임명 절차 안에 제청 절차가 있는 것이어서 제청은 대통령의 인사 절차 중 한 파트"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일방적으로 제청하면 대통령이 (제청된 자를) 무조건 임명해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시간상으로 분업 체제이고, 어느 하나만 빠져도 대법관이 임명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물론 국회 동의를 받지 못하면 마찬가지이지만, 국회의 동의는 보조적인 견제 장치이고 실질적으로는 제청권과 임명권이 2단계로 나뉘어 있는 시간적 분업 체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법원장의 제청권보다는 대통령의 의사가 더 존중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한 정치적 대표로서, 민주적 정당성을 가지는 지위"라며 "대법원장은 민주적 정당성에 관해선 대통령보다 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명 권한이 있다면 그 임명 권한 행사에 있어 제청을 거부하는 이유를 제시할 의무가 대통령에게는 헌법적·법률적으로 없다"며 "순수한 정치적 행위이기 때문에 헌법적 근거의 유무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부연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청이라는 말 자체가 '대법원장 쪽이 설득하는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이 했던 것처럼 물밑 교섭을 하다가 여의치 않으면 서면으로 A 후보를 제청하고 '임명하려면 하고, 말라면 마는 식'은 헌법적으로 이야기하면 제청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재체청 요구 자체가 위헌이라고 보긴 어려우나 헌정사에서 대법관 임명에 있어 대통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적은 없다"며 "오히려 법원이나 대법원장에게 주도권을 갖고 그 사람(대법관)을 고르는 역할을 부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신헌법 때에는 대법원장과 사전 협의해 '코드 인사'로 손쉽게 임명했다"며 "사전 협의의 관행은 없어져야 할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년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6.1.2 © 뉴스1 이재명 기자

"청와대·대법원 협의만이 답"…대법원장 후보추천위 '필요' 의견도
헌법학자들은 현재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는 청와대와 대법원 간 협의가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선택 교수는 "그동안 항상 청와대와 대법원이 사전 협의를 충분히 했고, 조율해 왔다"며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도 최고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할 때도 유사한 절차를 거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부에서 20명 이상의 대법관을 임명하게 되는데 지금 상황으로 인해 내년 조 대법원장 퇴임 전까지 대법관 임명에 문제가 돼 공백이 이어질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지봉 교수는 "제청되지 못한 나머지 3명의 후보 중에서 한 명에 대해 대법원과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협의해야 한다"면서도 "새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앞선 후보추천위의 추천권을 무시하게 돼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헌법학자들 중 일부는 대법원장도 대법관처럼 후보추천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놨다.

차진아 교수는 "노골적으로 코드인사가 될 수 있는 부분을 막기 위해서는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후보추천위 구성은 정치적 편향성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sh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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