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이유]는 법원 판결문에 기록된 사실을 바탕으로 사건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구성한다. 한 사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났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있었는지, 그리고 법원이 책임과 결과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따라간다.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변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판결문에 남은 기록을 통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남긴 질문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위험은 예고돼 있었다.
붙잡힌 그는 수사기관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우울증이 심했고, 삶의 의욕이 없어서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됐습니다. 정신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정신과 입원 처분을 바랍니다.”
범행을 저지른 뒤 그는 치료를 원했다. 교도소에서도 우울증 약을 먹었다.
그는 범행 자체는 인정했다. 하지만 범행 당시 자신의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심신미약. 1심 첫 재판을 앞두고선 지적장애 3급 장애인이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며 의사소통 보조 인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임상심리전문가인 전문심리위원이 참여해 심리 검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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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행 당시 만 17세였고 사회적·정신적으로 아직 미성숙한 소년이라는 점, 지능과 정신적 어려움이 범행 동기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을 감안했다. 결과는 최소 5년, 최장 8년의 징역형이었다.
그는 촉법소년(만 14세 미만)이 아니었다. 만 17세이기 때문에 성인과 같은 형사재판을 받았다. 다만 소년범에게는 형기의 최소와 최대를 함께 정해 선고한다.
검사와 그 모두 항소했다.
검사측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고 했다. 그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했다.
항소심에서 그의 어머니는 탄원서를 냈다.
어릴 때부터 정신질환을 앓았지만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경제적 부담이 컸고 그 때문에 충분한 치료를 받게 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역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는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그의 정신과적 병력을 1심과 다르게 봤다.
항소심은 그가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자신의 정신과적 병력을 핑계로 내세워 책임을 줄이려고 한다고 판단했다. 반성의 진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형량은 늘어났다. 최소 6년, 최장 9년 징역형.
그런데 대법원(2025도10910)은 항소심(수원고법) 판결을 깼다.
형이 무겁다거나 가볍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의 정신병력과 정신 질환 정도가 범행에 미치는 영향, 징역형을 마친 뒤 재범 가능성 등을 제대로 들여봤느냐”였다.
대법원이 주목한 것은 그의 과거였다.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아왔다는 점,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지 불과 20일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
그가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징역형만 살다가 사회로 나간다면 어떻게 될까에 주목했다.
또 항소심에서 지적 장애 호소를 형량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해 형을 가중한 것도 문제 삼았다. 피고인이 장애를 밝히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이유로 형을 무겁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그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장애를 핑계로 삼은 것인지, 실제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의 범행 위험을 안 것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의 어머니, 학교, 경찰, 병원이 알았다. 그런데도 막지 못했다.
그에게 어떤 형이 내려지더라도 그는 형기를 마치면 다시 사회로 돌아온다. 온전한 사회인으로 복귀하려면 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형벌일까, 치료일까.
퇴원 20일, 그날 아침은 예고돼 있었다[그날의 이유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