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선서 거부, 원고 꺼낸 조희대…"간섭" "위헌" 6분14초 작심 발언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06일, PM 02:28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후 국회를 나서고 있다. 2026.10.6 © 뉴스1 김도우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재제청 논란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주요 쟁점 현안과 관련해 대체로 말을 아끼거나 우회적인 화법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랐다.

조 대법원장은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하면서도 준비해 온 원고를 꺼내 대법관 제청 관련 발언을 할 수 없는 사유를 하나하나 짚으며 사실상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조 대법원장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에 관하여 증언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의 원칙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며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 25분쯤 법사위 회의장이 있는 국회 본청 4층에 도착해 '국감 때 재제청 관련 입장을 말하겠다고 했는데 밝힐 건가' '인사말 뒤 이석할 계획인가'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과의 차담에 들어갔다.

이후 약 20분간 서 위원장과의 차담을 진행하고, 오전 9시 44분쯤 법사위원장실을 나왔다. 그는 '위원장과 어떤 얘기를 했느냐' '재제청 논란 관련 대통령 임명권이 우선이라고 보느냐' '국감 때 재제청 논란 관련 입장을 말하겠다고 했는데 밝힐 계획인가' 등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다문 채 법사위 자문위원장실로 들어갔고, 이후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헌법 104조(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를 언급하면서 "이는 대법원장과 국회, 대통령에게 각각의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대법원 구성에 관한 권한이 조화롭고 독립적으로 행사되도록 한 것"이라며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대법관 제청에 관한 증언을 요구하고 있어 응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은 증인 선서를 진행했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이 선서문을 읽을 때 조 대법원장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고개를 꼿꼿이 든 채 무표정으로 정면만을 바라봤다.

서 위원장은 "조 대법원장은 일반 증인으로 채택돼 이 자리에 나오게 된 것이고 증인 선서도 하고 답변도 해야 한다"며 "조 대법원장께서는 증인 선서를 하지 않으셨는데, 증인 선서를 하지 않으시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서두에 인사말에서 말씀드린 대로 선서나 증언을 할 수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6.10.6 © 뉴스1 신웅수 기자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주 질의가 시작된 이후 대부분 침묵을 지키면서도 일부 질문에 대해선 답변을 내놨다. 특히 "사법부가 치외법권 지역이냐"고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따져 묻자 "답변을 드리겠다. 화면을 띄울 수 있냐"고 했다.

이어 조 대법원장은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더니 6분 14초 동안 선서와 증언을 거부한 사유를 줄줄이 낭독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가 없다"며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명문으로 정한 기관 간의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한 위헌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의 협의도 헌법에 근거는 없지만, 대법원장이 대법관의 신속하고 원활한 임명을 위해 자진해 협력해 온 것이라며, 협의하지 않았더라도 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손봉기 부장판사에 대한 서면 제청에 대해서도 "헌법에서 (방식에 대해) 전혀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저 역시 이번에 추천위를 존중했다. 그렇지만 존중하지 않아도 정치적 문제에 그치고 위헌이나 위법한 것이 전혀 아니다"라고 짚었다.

또 김건희 여사의 상고심 선고 일정을 묻는 박균택 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재판 사항에 관한 것은 말씀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외 질의에 대해선 대부분 입을 꾹 다문 채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거나 작게 한숨을 쉬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석하지 못하는 상황이 1년 만에 재현됐다. 대법원장은 국감에서 인사말을 한 후 이석하고,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것이 관례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10월 13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기관장 자격으로 국회에 출석했는데, 당시에도 일반증인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추미애 법사위원장(현 경기도지사)이 조 대법원장의 이석을 막았고 조 대법원장에 대한 질의응답을 강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증인 선서 절차도 없이 참고인 신분으로 질의를 들으며 침묵을 이어갔다. 당시 여당은 이재명 대통령 파기환송심을 둘러싼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해명을 요구했다.

여기에 최혁진 무소속 의원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조 대법원장의 얼굴을 합성한 피켓을 들고 '조요토미 희대요시'라고 조롱하면서 국감장은 고성이 오가는 아수라장이 됐다. 최 의원은 "윤석열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 대법원을 일본의 대법원으로 만들려는 전략적인 선택이었다"는 원색적인 주장을 폈다.

조 대법원장은 당시 90분간 허공을 바라보며 침묵을 지키다가 감사가 정회된 사이 이석했다. 그는 약 12시간 후 돌아와 대법원 국정감사 종료 직전 마무리 발언을 통해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는 법언을 언급하며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했다.

doo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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