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6.10.6 © 뉴스1 신웅수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명문으로 정한 기관 간의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해 위헌인 조치"라며 대법관 재제청 관련 국회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과 답변 요구를 정면 비판했다.
조 대법원장은 증인 선서를 거부하면서도 준비해 온 원고를 꺼내 6분 14초 동안 대법관 제청 관련 발언을 할 수 없는 사유를 하나하나 짚으며 '작심 발언'을 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의원들 질의에 허공을 쳐다보며 말을 아꼈던 조 대법원장이지만,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주요 질의에 답변을 이어가며 해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종이 꺼내 6분 14초 동안 "간섭", "위헌"…작심발언
조 대법원장은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인사말을 통해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에 관하여 증언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의 원칙을 훼손할 염려가 있다"며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에 응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명확하게 기재돼 있지 않았고, 공문 내용만으로는 그 취지를 알기 어려웠다"고 짧게 언급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데 그치는 듯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법부가 치외법권 지역이냐"며 따져 묻자 "답변을 드리겠다. 화면을 띄울 수 있냐"면서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6분 14초 동안 증인 선서 및 증언을 거부한 사유를 줄줄이 읊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 절차, 대통령의 임명 절차에 전혀 관여할 수 없듯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가 없다"며 "대법원장의 제청에 간섭하는 것은 헌법이 명문으로 정한 기관 간의 권한 분배와 사법권 독립에 반한 위헌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우선 이재명 대통령과 후임 대법관 인선에 관해 협의하지 않았더라도 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대법원장이 협의를 해온 것은 헌법 근거는 없지만 대법원장이 신속하고 원활한 (대법관) 임명을 위해 자진해 협력해 온 것"이라며 "협의를 안 해도 헌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대 대통령들도 결과적으로 전부 이러한 제청권을 끝내 다 존중해 왔다"고 부연했다. 또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부장판사에 대해 서면으로 제청한 것에 대해서도 "헌법에서 전혀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조 대법원장은 또 대법관후보자추천위원회에 대해 "국회가 대법관 추천 위원회라는 제도를 신설할 권한은 헌법상 없지만 당시 대법원장 양해 아래 제정된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대법원장은 (추천 내용을) 존중한다'라고만 규정하는 데 그쳤다. 그동안 대법원장도 존중해 왔고 저 역시 이번에 추천위를 존중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렇지만 존중하지 않아도 정치적 문제에 그치고 위헌이나 위법은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10.6 © 뉴스1 유승관 기자
지난해 말 아끼던 조희대, 올해는 달랐다…"제2 윤석열 꿈꾼다는 말, 모욕적"
조 대법원장은 대선 직전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사건 선고와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재판 관련 사항"이라며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날 국정감사에선 의원들 질의에 적극적으로 답변했다.
조 대법원장은 손솔 진보당 의원이 "지금 법복 입고 정치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많은 국민들이 묻고 있다. 혹시 제2의 윤석열을 꿈꾸는 거냐"고 묻는 말에 "그런 말씀은 모욕적이고 조금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또 12·3 비상계엄 당시 대법원이 침묵·협조했다는 의혹에 대해 "대법원은 어느 기관보다 (먼저) 위헌적이라고 이야기했다"며 "비상계엄에 전혀 협조한 바 없다"고 적극 반박하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계엄사에서 '인원을 확인해달라, 아니면 명단이라도 보내달라'고 했는데, 제가 '절대 위헌적 행위니까 보내면 안 된다, 명단도 주면 안 된다'고 지시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가 정회된 후 국회를 나서고 있다. © 뉴스1 신웅수 기자
오전 질의 끝나고 이석…"국민께 송구" 재차 사과
조 대법원장은 오전 국정감사가 끝나자 국회를 떠났다.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이날 오후 2시 44분쯤 재개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장의 이석 여부를 묻는 말에 "(조 대법원장이) 지금 감기가 많이 심해지셨다"며 "끝날 무렵 오시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10시 50분께 다시 국정감사장으로 들어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심려를 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다"며 대법관 제청 사태에 관해 재차 사과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 문제와 관련해 대법관 공석 상황에 우려를 표 해주신 위원님들 말씀을 마음 깊이 새기겠다"며 "대법원이 온전한 구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필요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또 이날 국정감사에서 나온 '업무추진비 부풀리기' 의혹과 '대법관 격려금 과다 지급' 지적과 관련해 "사법부의 예산은 국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마련된 것"이라며 "법과 원칙을 세워야 하는 사법부야말로 예산 집행에 있어서 누구보다 엄정해야 한다는 점을 깊이 새기겠다"고 했다.
또 "앞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관련 예산의 집행 기준과 절차를 면밀히 점검하고 모든 예산이 본래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집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마무리 발언 이후에도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김의겸 의원, 박균택 의원의 질의가 약 10분 더 이어졌다. 이어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의 발언을 끝으로 오후 11시 13분 국정감사가 마무리됐다.
여권에서 조 대법원장 사퇴, 더 나아가 탄핵 추진까지 언급되는 가운데 청와대와 여권을 겨냥한 조 대법원장의 작심 발언으로, 대법관 재제청을 둘러싼 '강 대 강' 대치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ho86@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