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를 걷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2026.10.5 © 뉴스1 구윤성 기자
고등학교 교원 10명 중 7명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데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사들은 수능 서·논술형 도입으로 사고력 중심 수업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보다 사교육과 교육격차가 커지고 채점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7일 전국 16개 시도교육청 고교 교원 1346명을 대상으로 '고등학교 평가 체제 및 수능 서·논술형 평가에 대한 교원 인식조사'를 한 결과, 70.4%가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적극 반대가 52.6%, 대체로 반대가 17.8%였다. 찬성은 15.1%(203명), 판단을 유보한 응답은 14.6%(196명)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됐다.
학교 현장에서 이미 서·논술형 평가를 활용하는 교원 사이에서도 수능 도입에 대한 반대가 높았다. 응답자의 90.8%는 수행평가에서 서·논술형 평가를 활용하고 있었고 58.0%는 정기고사에서도 출제한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수행평가에서 서·논술형을 활용하는 교원의 69.5%, 정기고사에서 출제하는 교원의 67.3%가 수능 도입에 반대했다.
교사들이 가장 우려한 것은 사교육 확대였다. 수능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할 경우 사교육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94.3%에 달했다. 채점 공정성과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것이라는 응답과 학교·지역·학생 간 교육격차가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도 각각 93.0%였다.
정답과 채점 기준을 표준화하는 과정에서 서·논술형 평가의 취지가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도 92.5%였다. 새로운 형태의 수능 대비 수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 역시 88.4%로 나타났다.
반면 서·논술형 도입에 따른 교육적 효과에 대한 기대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사고력과 논리적 표현 능력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31.9%, 암기·문제풀이 중심 수업이 변화할 것이라는 응답은 32.2%였다. 질문·토론·탐구 중심 수업 확대 가능성을 높게 본 교원은 26.0%에 그쳤다.
서·논술형 수능 도입에 찬성한 교원 사이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컸다. 찬성 응답자 203명 가운데 80.3%는 채점 공정성·신뢰성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사교육 확대는 78.3%, 교육격차 확대는 73.4%가 우려했다.
현재 학교의 평가 여건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평가 업무를 수행할 때 가장 큰 어려움으로는 '평가 공정성·객관성에 대한 민원 부담'이 75.6%로 가장 많이 꼽혔다. 각종 지침·규제가 52.2%, 학생 수에 따른 채점 시간 부족이 40.1%로 뒤를 이었다.
평가 방법을 교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72.0%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수업 혁신을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로는 학급당 학생 수 감축(56.7%)과 교사의 자율적인 평가권 보장(55.3%)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서·논술형 채점에 대해서는 '보조 수단'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AI가 교사의 채점을 지원·보조하는 수준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응답은 60.0%였지만 AI가 독립적으로 최종 채점을 할 수 있다는 응답은 4.0%에 그쳤다. AI가 획일화된 답안과 표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69.8%였다.
향후 평가체제 개편 방향을 묻자 평가제도 개편에 앞서 교육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데 98.1%가 동의했다. 교사 평가권과 자율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도 96.2%에 달했다. 대입이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을 축소해야 한다는 데는 89.6%, 수능의 변별 기능을 줄이고 자격고사적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는 76.7%가 동의했다.
전교조는 "충분한 검증과 현장 의견수렴 없이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사교육과 교육격차에 미칠 영향을 검증하고 학생의 다양한 생각과 표현을 존중하면서 채점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cho@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