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선고 내용을 듣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13 © 뉴스1
여론조사 무상수수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한 법원의 판단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유·무죄를 가른 쟁점은 윤 전 대통령에게 제공된 여론조사 자료와 정치적 조언이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7일 오후 2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암묵적 의사 합치 인정'→2심 '정치적 조언 수단일 뿐'
1심은 윤 전 대통령이 아내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58회(약 2억7000만 원 상당)를 무상 제공받았다는 혐의 가운데, 여론조사 14회(합계 2792만 원 상당)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봤다.
1심은 14회에 걸친 여론조사 결과 무상 제공에 대해 "명 씨와 윤석열 부부 사이에 순차적·암묵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진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명 씨는 윤 전 대통령에게 여론조사 무상 제공을 비롯한 정치적 조언을 통해 추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 기반을 넓힐 목적으로 각각 여론조사 무상수수에 관해 합의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14차례 여론조사 결과의 무상 제공은 정치자금 기부에 해당한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지출했어야 하는 여론조사 비용을 명 씨가 대신 지출·부담했으므로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이익을 기부했다는 논리다.
반면 2심은 해당 여론조사의 성격에 대해 "정치적 조언을 위한 수단 또는 근거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
2심은 "정치적 이익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재산상 이익으로 환산할 것이 아니다"라며 "명 씨 측이 직접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한 고의도 인정하지 않았다. 2심은 명 씨와 윤 전 대통령 사이에 여론조사 실시·무상 제공에 대한 의뢰나 협의 등 의사 합치의 증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 씨와 관련된 미래한국연구소 측의 전적인 의사와 판단에 따라 여론조사가 실시됐으며 그중 일부만 윤 전 대통령 측에 전달된 점 △여론조사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제공된 점 △타 여론조사기관 조사까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된 점 등을 근거로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는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2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10.7 © 뉴스1 김성진 기자
1·2심 '무죄' 김건희 판결과 사실상 같은 논리
윤 전 대통령과 명 씨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앞서 1·2심 모두 무죄로 결론 난 김 여사 사건의 논리와 비슷하다.
김 여사 사건 1심은 명 씨가 김 여사의 지시를 받았다는 자료가 없으므로 여론조사 결과가 전속적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귀속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명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뿐 아니라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여론조사 결과를 배포한 점 등을 고려하면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결과를 독점적으로 제공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 여사 사건 2심도 재판부도 명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라며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김 여사 사건 1·2심과 윤 전 대통령 사건 2심은 명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영업적 목적에 따라 실시해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같은 여론조사 무상 제공을 둘러싸고 엇갈렸던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 사건의 하급심 판단은 윤 전 대통령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로 결론 났다.
현재 김 여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은 자본시장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사건과 더불어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돼 지난 7월부터 심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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