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서울중앙지방법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27 © 뉴스1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오는 23일 선고를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을 담당하고 있어 윤 전 대통령 사건 판단이 오 시장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구회근)는 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과 명 씨에게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윤 전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공모해 명 씨로부터 제공받은 여론조사 중 14회(비용 합계 2792만 7200원)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명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한 여론조사와 정치적 조언이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기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치자금법에서는 정치활동을 위해 개인 또는 후원회 그 밖의 자가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일체의 행위가 '기부'에 해당한다는 정의 규정을 두고 있다. 제3자가 정치활동을 하는 자의 정치활동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거나 지출하는 경우와 금품이나 시설의 무상대여, 채무의 면제·경감 그 밖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등을 기부로 보고 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 씨로부터 제공받은 것은 여론 동향 등과 관련한 정치적 조언을 비롯해 유력 정치인 소개 등 대선의 전반적인 도움 등 조력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도움이 명 씨가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욕구와 영향력 증대를 위해 자신의 기여를 인정받고자 했던 개인적인 사정이 작용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여론조사는 여타 다른 조사들과 함께 정치적 조언을 위한 수단과 근거의 일부로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시된 것일 뿐"이라며 "명 씨의 직접 여론조사 실시 여부나 결과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 씨가 윤 전 대통령에게 제공한 것은) 정치적 이익으로 볼지언정 재산상 이익이 아니므로 (여론조사는)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 기부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정치자금 기부에 대한 고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명 씨와 윤 전 대통령 부부 사이 여론조사를 실시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 의뢰나 협의 등 의사 합치가 볼 증거가 없으며 명 씨와 깊게 관련된 미래한국연구소의 전적인 판단에 따라 여론조사가 실시됐고 그중 일부만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전달된 점, 김종인·이준석 등에게도 대부분 여론조사 결과가 제공된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수도권 주거혁신포럼 세미나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2026.10.7 © 뉴스1 신웅수 기자
이러한 '정치자금' 관련 판단은 같은 재판부에서 심리 중인 오 시장의 사건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오 시장 사건 1심에서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부시장 측은 "오 시장이 설령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더라도 그 결과가 김종인·지상욱 등에게도 전달됐으므로 오 시장에게 전속적으로 귀속되지 않았다"며 "비공표용 여론조사의 경우 조작된 것으로 그 경제적·정치적 가치를 전혀 인정할 수 없으므로 그 여론조사 비용을 정치자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오 시장 사건의 1심은 "오 시장이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가 반드시 오 시장에게만 전달돼야 그 여론조사가 오 시장에게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오 시장 측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의뢰·실시된 것이 분명하다"며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두 사건은 여론조사 제공 관련 공소사실에 차이가 크고, 쟁점이 전혀 달라 같은 선상에 두고 분석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많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로부터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오랜 후원자인 김한정 씨에게 비용 3300만 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은 오 시장이 여론조사 5건을 명 씨에게 의뢰하고 김 씨가 대납하게 했다고 인정해 오 시장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2100만 원을 명했다. 공소사실에 적시된 여론조사 10회 가운데 5회, 2100만 원 상당에 대해서만 비용 대납을 인정하고 유죄로 봤다.
오 시장 사건에서는 명 씨의 진술 신빙성을 다투기 위해 제출된 명 씨와 김 씨가 나눈 통화 녹음파일에 대한 재판부 판단도 주목된다.
통화에서 명 씨는 "하여튼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말아요. 내 알아서 할게", "내가 오세훈이한테 십 원짜리 한번 받았냐"라고 한다. 오 시장 측은 이 대목이 오 시장이 여론조사 진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명 씨는 "해당 발언이 당시 오 시장이 여론조사 자체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는 의미가 아니라, 야권 후보 단일화 전략의 세부 진행 상황을 몰랐다는 의미"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재판부는 오는 23일 오후 2시 오 시장에 대한 선고기일을 연다.
shhan@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