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전경
여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판·검사와 경찰 등 수사·사법기관으로 한정하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맡기는 법 개정을 검토하면서 수사 독립성 문제가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공수처는 타 수사기관보다 인력과 규모가 작은 만큼 수사 대상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행정안전부 소속인 중수청이 대통령을 수사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수사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대통령 임명하고 장관 지휘하는데…중수청, 대통령 수사할 수 있나
7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를 전국 단위 조직으로 확대하고 수사 대상을 수사·사법기관 종사자로 축소하는 내용의 공수처법 개정을 물밑 검토 중이다. 법 개정을 주도하는 김기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토론회에서 "중수청과 공소청이 출범한 시기에 공수처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현행 공수처법상 수사 대상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장·국회의원, 대법원장·대법관, 판·검사 등 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고위공직자 전반을 아우른다. 시·도지사와 교육감,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도 포함된다. 중앙행정기관의 정무직 공무원과 대통령비서실·감사원·국세청 등 법률에 명시된 기관 소속의 3급 이상 공무원도 수사 대상이다.
개편안의 핵심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판·검사와 경찰 등 수사·사법기관 종사자로 좁히고,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그 밖의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는 중수청에 맡기는 것이다. 정원이 85명(검사 25명·수사관 40명·행정직원 20명)에 불과한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범죄 전반을 수사하는 데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수사 독립성'이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 외청으로, 행안부 장관과 중수청장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중수청법은 행안부 장관이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하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중수청장만 지휘·감독하도록 규정한다. 개별 사건에서 장관이 일선 수사관을 직접 지휘할 수는 없어도, 중수청장을 통해 수사에 관여할 수 있는 구조다.
이에 공수처는 법 개정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전날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중수청과 경찰은 행정안전부 소속이고 장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대통령과 그 주변 수사를 지휘 계통에만 맡기는 것은 견제 구조의 퇴보"라고 강조했다.
박상현 공수처 수사기획관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 개편 토론회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기관의 임무를 덜어내는 일이 아니라 기관이 부여받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는 일"이라며 공수처의 역할을 축소하기보다 현재 부여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공수처 현판
법조계, 공수처 '선택과 집중' 공감하지만…수사 독립성엔 '물음표'
공수처법 개정의 당위성 둘러싼 법조계 의견은 엇갈리지만, 수사 독립성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이근우 한국형사소송법학회 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금과 같은 규모와 권한을 가진 공수처에 대한민국 최상위 공직자의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라며 "과감하게 공수처를 특화해 수사기관의 수사기관 혹은 수사 공정성을 기대하기 힘든 폐쇄적 기관에 대한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반면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중립적인 독립기관이고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산하다. 사정기관이 독립돼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법 개정 논의는) 삼권분립 견제와 균형에 전혀 맞지 않는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은 독립된 사정기관에서 수사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지나치게 넓다는 점에서 "고위공무원 수사는 다른 기관으로 옮기고 공수처는 사법기관 수사에 집중하도록 하자는 취지 자체는 좋다"고 공감했다. 다만 "대통령 사건이 아직 걸려 있는 상황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지나친 충성심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사건 재판이 진행 중인 시점에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주체를 행정부 산하 기관으로 재편하는 것은 정치적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대통령 관련 수사를 중수청에 맡기려면 수사 독립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중수청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는 기반을 먼저 갖춘 뒤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sy@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