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민 사회부 사건팀장
"한동안 혼란은 불가피하지만 14만 경찰 조직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 있다. 훌륭히 연착륙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경찰 고위급 간부는 78년간 이어진 검찰 중심의 형사사법 체계가 지난 2일 수사·기소 분리 체계로 전환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경찰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수사 인력 약 2100명을 추가 배치하고 개정 형사소송법 교육을 진행했다. 국가수사본부와 시도경찰청, 일선 경찰서에는 법령 해석이나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할 혼선을 지원하는 전담 체계도 마련했다.
시행 하루 전인 지난 1일에는 전국 경찰 수사 지휘관 회의를 열고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경찰서장이 중요 사건과 검사 요구 사건의 처리 상황을 매일 확인하고, 시도경찰청과 국수본이 다시 점검하는 중첩 점검 체계도 가동했다.
준비의 결과는 일단 나쁘지 않았다. 신생 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 첫날 인력과 인프라 부족 등으로 어수선한 모습을 보인 것과 달리 경찰은 별다른 현장 혼선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14만명에 이르는 조직력과 사전 준비가 힘을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경찰이 얼마나 준비했는지와 국민이 경찰을 얼마나 신뢰하는지는 다른 이야기다.
지난 3월 경기 남양주 스토킹 살인과 장윤기 사건 부실수사,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 등 잇단 사건으로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수사권이 커진 지금부터는 한 번의 잘못된 판단이 갖는 무게도 이전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박수가 쏟아졌지만, 일부 선수들의 병역 관련 발언과 세리머니를 두고는 거센 비판도 나왔다.
금메달이라는 결과가 모든 것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국민은 국가대표에게 성적만큼이나 그 이름에 걸맞은 태도와 책임을 요구했다.
반면 금메달을 목에 건 또 다른 국가대표 선수는 '국가대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책임감"이라고 답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순간 개인을 넘어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경찰에도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수사·기소 분리라는 형사사법 체계의 대전환 속에서 경찰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수사 주체가 됐다. 국민의 삶을 좌우할 수 있는 수사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경찰이 달게 된 또 하나의 '태극마크'와도 같다.
지금 경찰에 필요한 것은 "우리는 준비됐다"는 자신감만이 아니다. 잘못된 수사 하나가 한 사람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책임감, 문제가 생겼을 때 조직을 방어하기보다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겠다는 태도가 함께 따라야 한다.
경찰은 새 형사사법 체계의 연착륙을 자신한다. 그 자신감이 옳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경찰 스스로가 아니라 국민이다.
ddakbom@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