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지하상가의 모습이다. 화살표 기호 옆에 '미디어포레'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의 모습이다.(사진=염정인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의 한 안내판에는 ‘미디어포레’라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단어가 적혀있었다. 하단에 작은 글씨로 쓰인 ‘Rest Area’라는 영문까지 읽어야 간신히 휴게 공간임을 유추할 수 있다. 명칭만으로는 공간의 쓰임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힘든 사례다.
이날 오후 강남역 지하상가로 쇼핑을 나온 황모(75) 씨는 “(미디어포레라고) 적힌 걸 처음 본다”며 “읽어도 뭔 말인지 모르니까 강남역을 자주 다녀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28) 씨도 “영어를 알아도 이해가 안 된다.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서울 중구 만리동의 손기정체육문화공원 안에 위치한 '러닝러닝센터(running learning center)' 입구의 모습이다.(사진=정유진 수습기자)
거의 매일 공원에 온다는 박모(69) 씨는 “노인들이 많이 오는 공원인데 굳이 영어로 간판을 달았느냐”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과거 카페일 때는 종종 갔는데 지금은 뭐 하는 데인지도 모르겠고 이용이 꺼려진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어르신들은 영어로 둘러싸인 환경에 높은 피로감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매일 홍대입구역 인근으로 출근한다는 홍모(73) 씨는 “영어로 된 간판이 너무 많다”며 “밖에서 영어가 많이 보이면 절대 안 들어간다. 꼭 나보고 나가라는 말 같아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의 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무인으로 운영되는 이 매장은 안내 문구 대부분이 영어로 표기돼 있다.(사진=염정인 기자)
이건범 한글과문화연대 대표는 최근 한 교육청이 ‘스마트폰 없는 학교’ 정책을 ‘폰 프리 스쿨(Phone-Free School)’로 명명한 사례를 들면서 “최근 공적 영역에서의 외국어 남용 문제가 더욱 심해진 경향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공공정책의 이름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며 “특히 공적 영역의 정책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는 우리말로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