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들은 헌법의 근간인 권력분립원리에 부합하게 해결돼야 한다. 삼권분립의 핵심은 삼권이 각기 별개의 독립된 기관으로 구성되고 이들 간의 상호 견제와 균형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삼권의 견제와 균형은 삼권이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며 비록 그 조직규모나 인력, 권한 등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해도 그 대등성이 인정됨을 전제한다. 그렇지 않다면 삼권분립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겠는가.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이영훈 기자)
삼권분립의 관점에서 보면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은 역할 분담이다. 사법부의 수장이며 대법관후보자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가짐으로써 자격이 없는 사람을 대통령이 대법관으로 발탁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또 대법원장이 임의로 대법관을 결정한다면 대법원장 개인이 사법부 전체를 좌우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법원장이나 대통령 어느 누구도 일방적으로 대법관을 결정할 수 없도록 한 것이 제청권과 임명권을 나누어 놓은 취지다.
삼권분립의 틀을 전제하는 대법관 임명제청은 행정부 내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 간의 관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분명한 상하관계이므로, 국무위원 임명권과 제청권의 관계도 상하관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각기 삼권의 수장인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관계를 상하관계로 보는 것은 삼권분립과 충돌한다.
그런 점에서 헌법 제104조 제2항의 대법관에 대한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은 어느 하나를 무력화하는 해석이 아니라 양자의 의미를 동시에 살리는 해석이 돼야 한다. 이는 헌법 제104조 제2항의 연혁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1962년 헌법 제99조에서는 법관추천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를 제청하면 대통령은 반드시 이를 임명하도록 규정했으나, 1972년 유신헌법부터 대법원장의 제청권의 구속력을 인정한 문구가 삭제됐다. 따라서 대통령의 제청거부 자체를 위헌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면 이 대통령의 재제청요구는 어떤 의미인가. 논란의 핵심은 재제청요구의 이유와 대상이다.
첫째, 재제청요구의 이유와 관련해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서면 제청이 대통령과 대법원장 간 사전협의 관행을 깬 절차적 흠결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법관 제청 시 사전협의 관행은 대통령의 대법관 코드인사를 용이하게 해 대통령을 제왕적이게 만드는 악습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런 관행을 깼다는 것이 위헌이 아니며 재제청요구의 정당한 사유도 될 수 없다.
또 삼권분립 및 사법부의 독립과 대법원장의 전문성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최대한 존중돼야 하며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때에는 해당 후보자를 왜 임명할 수 없는지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했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제청된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를 왜 임명할 수 없는지 아무런 이유도 제시하지 않았다.
둘째, 재제청 요구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대법관추천위)에서 추천됐으나 제청되지 않은 후보자 중에서 제청하라는 것이라면, 이는 대법원장의 대법관제청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으로서 위헌이다. 대법관추천위에서 추천된 사람 중에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이 제청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을 제청할 때까지 계속 임명을 거부하고 재제청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대법원장의 재제청 요구 거부는 앞으로도 제청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며 앞서 말한 의미의 재제청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재제청요구 거부는 대법원장의 대법관제청권의 실질적 의미와 균형을 살리기 위해 필요하며, 이러한 대법원장의 판단이 헌법의 취지에 위배되는 해석이라 보기 어렵다. 다만 국민들을 위해 충분한 설명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이영훈 기자)
그런데 이 대통령의 재제청요구는 제왕적 대통령의 극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대통령의 사법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시대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행정부의 수반일뿐만 아니라 국회와 사법부에 대해서까지 우월적 지위에 서는 제왕적 대통령이라 칭해지는 것은 여당을 통해 국회에, 코드인사를 통해 사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결국 제왕적 대통령을 극복하려면 대통령의 사법부 코드인사를 최대한 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대법관 전원을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선출하도록 하는 개헌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특정한 정치진영에 편향된 인물이 대법관이 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이는 독일 연방헌법재판관 선출방식을 모델로 한 것인데, 2017년 국회 개헌특위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개헌안에서 제안되고 있다.
일각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대법관추천위 역할 강화는 비록 대법원장 및 법원행정처의 영향력 축소를 의도하고 있지만, 민주적 정당성도 헌법적 근거도 없다. 더욱이 대법관추천위 증원 등에 관한 여당안은 대법관추천위의 구성에서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과 전문성을 오히려 더욱 약화시킴으로써 대통령의 사법부 코드인사 문제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대법원장 및 법원행정처를 대신하여 사법평의회나 사법행정위원회 등에서 유사한 권한을 갖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왜 위헌이라는 비판이 날카로웠고 결국 좌초됐는지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