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본교육, 기본을 다시 묻는다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08일, PM 02:00

김한나 총신대 교직과 교수

교육의 '기본'은 어디까지일까.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차이를 이해하며 함께 살아가는 힘도 배워야 한다.

기본교육에 대한 정책 논의도 구체화되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국가가 책임지는 기본교육'을 비전으로 제시했고, 서울시교육청은 '모두를 위한 기본교육'을 내걸었다. 국가교육위원회도 지난 8월 '학습기본권 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교육의 기본을 무엇으로 보고 국가가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가가 정책의 과제가 되고 있다.

헌법 제31조는 교육받을 권리와 국가의 평생교육 진흥 의무를 함께 규정한다. 교육기본법 제3조도 모든 국민이 평생에 걸쳐 학습할 권리를 명시한다. 그러나 제도가 있다는 것과 실제 배울 기회가 보장되는 것은 다르다.

교육 기회는 지역과 가정환경의 영향을 받고 그 차이는 학업과 진로에도 이어진다. 교육이 사회이동성을 좌우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지만 교육격차가 이후 삶의 기회와 연결된다는 점은 중요하다.

기본교육은 기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배울 수 있게 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영국의 교육사회학자 마이클 영은 1998년 '교육과정의 미래'(The Curriculum of the Future)에서 지식과 교육과정, 학문교육과 직업교육, 학습사회의 관계를 다뤘다.

또한 학생의 사회적 배경과 관계없이 일상의 경험을 넘어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필요한 '강력한 지식'(powerful knowledge)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의를 발전시켰다. 즉 기본교육에서는 누구나 배울 기회를 갖는 것과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또한 기본교육은 학교 안에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유아교육과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은 제도와 재정이 나뉘어 있지만 한 사람의 배움은 그렇게 나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지난 6월 '교육기본권 재설계'를 주제로 기초역량의 국가 보장과 생애에 걸친 학습, 재정 지원과 부처 간 협력을 함께 논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논의는 교육재정과도 이어진다. 정부는 지난 8월 21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초·중등교육 투자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면서 영유아부터 고등·평생교육까지 교육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향이다. 학령인구 감소만으로 교육재정의 적정 규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학생 수가 줄어도 지역과 학교의 여건은 다르고 교육격차에 대응할 수요도 남는다. 한편 고등·평생교육과 성인 재교육, AI·디지털 전환에 따른 새로운 교육 수요도 생기고 있다. 어느 교육 단계에 얼마를 배분할 것인가에 앞서 국가가 기본적으로 책임질 교육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재정의 성과도 따져봐야 한다. 예산을 얼마나 확보하고 집행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재정으로 누가 배울 기회를 얻었는지, 지역과 가정환경에 따른 교육격차를 줄이는 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살펴야 한다.

기본교육의 범위는 기초학력이나 학령기의 교육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교에서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제대로 배우고, 환경의 차이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잃지 않으며, 학교를 나온 뒤에도 필요하면 다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어디까지를 기본교육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국가의 책임도, 필요한 제도와 재정도 달라진다.

이제 기본교육의 '기본'을 다시 살펴볼 때다.

ch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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