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법원청사. (사진= 연합뉴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0-2부(박혜선·원종찬·오현규 고법판사)는 지난 2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 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백화점과 면세점에 입점한 화장품 업체 판매사원들로 구성된 노조는 앞서 지난 2023년 백화점·면세점 측에 6차례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에 노조는 부당노동행위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백화점과 면세점에 단체교섭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노조는 이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백화점과 면세점이 판매사원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영업일과 영업시간을 정하고 화장실·휴게실 등 근무시설을 제공한다는 점이 판단 근거가 됐다.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2심은 백화점과 면세점이 판매사원들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지보다 실제 근로계약 관계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올해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판결은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전 사안에서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와 명시적 또는 묵시적 근로계약을 맺은 사람이나 기업을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올해 3월 시행된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넓혔다.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았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교섭 요구는 법 개정 이전인 2023년에 이뤄졌다. 이에 따라 항소심은 개정법이 아닌 종전 법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는 결국 종전 법리에 따라 판매사원들과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백화점과 면세점이 영업시간과 정기 휴점일을 정하고 판매사원들에게 일부 교육을 실시한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이를 판매사원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명령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매장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입점업체와 공유하거나 법령상 부과된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수행에 관해 지휘·명령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백화점과 면세점의 행위는 매장 운영과 시설 관리를 위한 것이지, 판매사원들을 직접 고용해 업무를 지시한 것과는 다르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묵시적인 근로계약 관계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의 사내하청 노조 사건에서 제시한 법리를 적용한 결과다. 대법원은 당시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업체에 종전 법률상 단체교섭 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7월 CJ대한통운과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 사이의 교섭 의무를 둘러싼 사건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다만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교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 백화점 5사는 이미 판매사원 노조와 세 차례 교섭을 진행했고, 면세점 업체들도 조만간 상견례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