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고 싶다"는 교사들…생활지도 주저하는 교실, 회복하려면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09일, AM 06:00

책 '학교를 잃어버린 사회'의 저자 김지용 서울시교육청 장학관이 서울시교육청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지용 서울시교육청 장학관 제공)
"교과서와 준비물을 챙기지 않는 아이에게 여러 차례 주의를 주고 부모에게도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너무 혼내서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는 항의가 돌아왔어요. 그 뒤로는 교과서나 준비물이 없어도 아무 말 하지 않게 된 거죠." '학교를 잃어버린 사회'의 저자 김지용 서울시교육청 장학관은 학생을 가르치려던 행동이 학부모의 항의로 돌아오는 상황을 여러 교사가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7일 인터뷰에 응한 김 장학관은 민원·신고 부담으로 위축된 생활지도를 회복하려면 사후 지원을 넘어 정당한 교육활동과 학교의 갈등 해결 권한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학관은 11년간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교사 출신이다. 서울시교육청 장학사와 초등학교 교감,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대변인 등을 지냈으며, 이후 장학관으로 학부모·시민 협력 업무를 맡았다. 현재는 서울시교육청 학생역량·혁신교육과 혁신교육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집필을 이끈 것은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 자체를 어려워하는 현실이었다.

2023년 '서이초 사건' 당시 집회에서 그는"우리는 가르치고 싶다"는 구호를 들었다. 김 장학관은 "가르치는 건 교사의 가장 기본적인 일인데, 그 일을 하고 싶다고 구호까지 외쳐야 한다는 사실에서 학교와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생활지도가 위축되면 학생이 배울 기회도 줄어든다고 봤다. 준비물을 챙기도록 주의를 주는 일부터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려주는 일까지 모두 교육의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잘못된 행동에 피드백이 없으면 학생은 그 행동이 허용된다는 메시지를 받는다"며 "책임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관계에서도, 사회에서도 같은 방식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일례로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 간 다툼을 중재했다가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뒤 갈등에 개입하기를 꺼리게 됐다.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후 학생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직접 중재하는 대신 보고서를 써 학교 담당자에게 넘겼다.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학생들은 다툼이 생겨도 교사가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장학관은 "피해 학생이 겪은 부당한 상황에서 아무도 나서주지 않았다는 경험은 '학교는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불신이 교실의 안전감을 무너뜨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는 교사가 수업 중 다른 학생들의 학습을 방해하는 학생에게 자리로 돌아가라고 했다가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는 항의를 받은 사례도 있다. 그는 "교사의 지도 취지가 학부모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학생의 말만 전달되면 지도 이유와 당시 상황이 빠져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고 이후 학생에게 다가가는 일까지 조심스러워진 사례도 있었다. 학생을 위로하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한 교사는 교실로 돌아온 뒤에도 학생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했다. 학생이 다른 교사에게 이야기해 보겠다고 하자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김 장학관은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교사를 보호하는 구조로는 교사가 그 순간 느끼는 두려움을 없애줄 수 없다"며 "정당한 생활지도는 당연한 교육적 권리이자 의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정당한 생활지도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가 교육적 판단에 따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도록 권한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학교 안에서 해결할 문제와 외부의 법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를 구분하고, 경미한 사안에 대한 이의 제기 절차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장학관은 "어떤 판단을 내려도 법적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 돼버린다"며 "학교의 교육적 판단이 존중받아야 교사도 학교장도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권과 학생 인권을 함께 지키려면 지도 과정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장학관은 "교사와 학부모가 같은 편이라는 것을 서로 확인하는 것이 교권과 학생 인권이 함께 살아나는 방법"이라며 학부모는 지도 이유와 상황을 확인하고, 교사는 학생에게 행동의 문제점과 지도 취지를 설명하면 오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lin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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