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밥 주면 불법?”…국회까지 간 논쟁, 정부 해법은 [댕냥구조대]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09일, AM 09:51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문제를 놓고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굶주린 동물을 돌보는 행위라는 입장과 주민 생활환경과 생태계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들이 급여된 사료를 먹는 모습(사진=챗GPT)
길고양이들이 급여된 사료를 먹는 모습(사진=챗GPT)
지난 7월 길고양이 급식을 제한하고 관리체계를 개선해 달라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5만5000여명이 동의하자, 이에 반대하며 밥을 주되 책임 있게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맞불 청원에도 약 9만명이 동참했습니다. 두 청원 모두 국회 심사 요건을 충족하면서 길고양이 급식 문제는 본격적인 제도 논의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논쟁의 핵심은 길고양이 급식을 어디까지 허용하고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급식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 무분별한 급식과 책임 있는 돌봄을 구분해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새 보호 위해 길고양이에게 밥주지 말자?…국회까지 간 갈등

길고양이 급식 논란이 다시 크게 불거진 것은 지난 7월입니다. 탐조 유튜버 ‘새덕후’ 김어진씨가 국회에 ‘소유자 없는 고양이 급식 제한 및 관리체계 개선’ 청원을 올리면서 논쟁이 확산했습니다.

급식 제한을 요구하는 측은 “무분별한 먹이 공급이 길고양이 개체 수 관리를 어렵게 하고 야생조류 등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도심과 주택가에 무단으로 설치된 급식소, 고양이들의 소음과 배설물, 먹이 잔반에 따른 위생 문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반면 동물보호 측에서는 급식 제한이 길고양이의 굶주림과 생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합니다. 먹이를 끊기보다 중성화수술(TNR)과 책임 있는 돌봄을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서도 양측의 대립은 뚜렷했습니다. 길고양이 급식 찬반을 주요 이슈로 다룬 두 청원은 모두 현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회부됐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국회 농해수위 청원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자료나 의견을 요청하면 관련 절차에 따라 정부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직 국회의 최종 심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가운데 정부 역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며 관리 방향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 밥 주는 것 자체는 불법일까?

우선 현행법상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먹이를 주는 행위와 급식시설을 설치하는 행위는 구분해야 합니다.

공원이나 공동주택, 사유지 등에 급식시설을 지속적으로 설치할 경우 장소와 시설물의 성격에 따라 관련 법령이 적용될 수 있고, 관리자의 동의나 허가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행법상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거나 이를 금지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면서도 “급식 행위나 장소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이 다르고, 지속적으로 시설물을 설치하는 경우에는 허가나 관리자 동의가 필요한 상황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가 주목하는 것은 단순히 밥을 주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농식품부는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을 통해 중성화와 연계한 돌봄, 정해진 시간의 급식, 급식 후 잔반 정리와 청결 유지 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급식자가 이러한 원칙을 숙지하고 실천하는 것은 아닙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혼자 조용히 길고양이를 돌보는 분들 가운데는 중성화와 연계한 돌봄이나 급식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먹이를 치우고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책임 있게 돌보는 분들이 일부 관리되지 않는 급식 행위 때문에 피해를 보는 상황도 있다는 점을 동물보호단체와 돌봄단체들도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길고양이 급식을 반대하는 시민들 가운데서도 모든 급식 행위보다 관리되지 않는 급식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문제 삼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입니다. 일부 급식자의 부적절한 관리가 주민 불편을 일으키고, 책임 있게 돌보는 사람들까지 비판받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마련한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 가이드라인에는 길고양이 돌봄 전 유실·유기동물 여부와 중성화 여부를 확인하고, 중성화되지 않은 경우 수술을 진행하거나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마련한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 가이드라인에는 길고양이 돌봄 전 유실·유기동물 여부와 중성화 여부를 확인하고, 중성화되지 않은 경우 수술을 진행하거나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정부, ‘최소 돌봄 기준’ 마련 추진…급식자 교육·홍보 강화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해결책을 검토하고 있을까요?

농식품부가 현재 추진하는 방안 가운데 하나는 길고양이 급식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최소 돌봄 기준’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기존 가이드라인에 여러관리 원칙이 담겨 있지만 내용이 많고, 모든 급식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다는 판단에서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보호단체와 돌봄단체들을 대상으로 급식자들이 실제로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돌봄 기준에 대한 의견을 받고 있다”며 “이를 전문가들과 검토해 어느 수준으로 정리하고 홍보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는 보도자료나 기존 안내 방식에 그치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민관 공동 캠페인도 협의하고 있습니다. 특히 특정 단체에 소속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길고양이를 돌보는 급식자들에게도 관리 원칙을 알리는 것이 과제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단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급식자들에게 어떻게 관리 원칙을 전달할지가 쉽지 않은 문제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민간단체들과 협력해 캠페인을 보다 크게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시행 시기나 의무화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정부는 길고양이 급식 문제를 특정 동물에 대한 찬반 대결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습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동물보호법의 취지는 사람과 동물의 공존에 있다”며 “특정 동물종에 배타적이거나 특정 동물종의 이익만을 위한 방향이 아니라 다양한 동물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동물보호단체와 길고양이 돌봄단체뿐 아니라 환경단체, 조류 보호 관련 단체 등으로 의견 수렴 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밥을 끊을 것인가, 제대로 돌볼 것인가

길고양이 급식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히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의 대립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유기된 고양이가 몸을 숨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 사하구 을숙도에 유기된 고양이가 몸을 숨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먹이를 주는 행위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지, 반대로 아무런 관리 기준 없이 급식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에선 길고양이 개체 수를 관리하기 위한 중성화수술(TNR) 정책 역시 함께 살펴봐야 할 과제입니다. TNR은 길고양이를 포획해 중성화한 뒤 원래 살던 장소에 방사하는 방식으로, 실제 개체 수 감소 효과를 두고는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농식품부는 전체 개체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표본조사를 통해 개체 수 변화 추세와 중성화 개체 비율, 어린 고양이 비율 등을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일반 시민들은 원래 몇 마리였는데 몇 마리가 줄었는지를 알고 싶어 하지만 전체 개체 수를 직접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표본조사를 통해 개체 수 변화 경향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길고양이 관리 방식 역시 지역별 여건과 정책 목적에 맞춰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다영 동물권변호사단체 ‘영원’ 대표 변호사는 “길고양이는 지역마다 개체 수와 주민 민원, 주거 환경, 먹이원, 다른 야생동물과의 관계 등이 모두 다르다”며 “모든 지역에 똑같은 관리 방식을 강제하기보다 기본적인 원칙과 기준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시행은 지방자치단체와 현장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길고양이 개체 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급식·중성화의 책임 주체를 명확히 한다는 측면에서는 법적 관리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특정 관리 방식을 일률적으로 채택하기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먼저 짚어보고 관리 목적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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