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은 특정 시기에 늘어나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코 점막이 과민하게 반응하면서 생긴다. 가을에는 잡초 꽃가루와 집먼지진드기, 곰팡이 등이 주된 원인이고, 여기에 미세먼지와 건조한 공기가 더해진다.
특히 환절기의 큰 일교차는 코 점막의 방어력을 떨어뜨려 증상을 더 심하게 만든다. 아직 면역 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이런 자극에 훨씬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의학에서는 코를 폐(肺)의 문으로 보아, 폐의 기운이 약하고 몸이 차가운 아이일수록 비염이 잦다고 본다.
문제는 비염이 오래가면 다른 질환으로 번지기 쉽다는 점이다. 코 점막이 부으면 콧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부비동에 고여 축농증(부비동염)으로 이어질 수 있고, 귀와 코를 잇는 통로가 막혀 중이염이 반복되기도 한다. 기관지까지 예민해져 기침이 잦아지고 천식으로 발전하는 아이도 적지 않다. 이렇게 호흡기 질환이 꼬리를 물면 아이는 한 해 내내 아프다 말다를 반복하게 되고, 그만큼 성장에 쓸 수 있는 몸의 여력도 줄어든다.
키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직접적이다. 코가 막히면 아이는 입으로 숨을 쉬게 되고, 밤새 코를 골거나 자주 뒤척이며 깊은 잠에 들지 못한다. 성장호르몬은 깊은 수면 중에 가장 활발하게 분비되는데,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성장에 쓸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 여기에 냄새를 잘 맡지 못해 입맛이 떨어지고, 낮에는 피곤과 집중력 저하로 활동량까지 줄어든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여야 크는 아이에게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흔들리는 셈이다. 진료실에서도 비염이 심한 시기에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둔해졌다가, 코 상태가 좋아지면서 다시 제 속도를 찾는 아이들을 자주 만난다.
그렇다면 생활 속에서 무엇을 챙겨야 할까. 먼저 실내 습도를 40~60퍼센트로 유지하고 침구를 자주 세탁해 진드기를 줄여야 한다. 외출 후에는 손과 얼굴을 씻고,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마스크를 씌우는 것이 좋다. 생리식염수로 코를 씻어주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찬 음식과 인스턴트식품은 줄이고,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수면, 꾸준한 운동으로 몸의 저항력을 키워야 한다. 증상이 한 달 이상 이어지거나 코골이와 입 벌리고 자는 습관이 뚜렷하다면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 원인에 맞는 관리를 시작하기를 권한다.
아이의 코가 열려야 숨이 편하고, 숨이 편해야 잠이 깊어지며, 잠이 깊어야 키가 큰다. 올가을 아이의 훌쩍이는 콧소리를 가볍게 넘기지 말고, 성장의 문제로 바라봐 주시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