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할 때만 만나요" "뒤풀이는 없어요"…2030 찾는 '오늘만 팀'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10일, AM 06:30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디다스 더베이스 풋살장에서 풋살 경기가 진행되는 모습. 2026.10.7©뉴스1 이동건 기자
"사회생활 안 해도 돼요. 한 번 차고 빠이하면 되는 거죠." 지난 7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의 한 풋살장에서 만난 취업 준비생 김두희 씨(27·남)는 이날 처음 만난 사람들과 2시간가량 공을 찼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김 씨를 포함한 '소셜 풋살' 참가자들은 대부분 20·30대로, 이들은 경기 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각자의 길로 향했다.

10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느슨한 관계'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생활체육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고정된 팀에 소속되기보다 자신의 일정에 맞춰 필요할 때만 사람들과 운동하는 식이다.

12명 대신 '내 자리 하나'만 신청
6대6 풋살을 지인끼리 하려면 두 팀 12명의 시간을 맞춰야 한다. 소셜 풋살은 플랫폼이 시간과 장소별 매치를 열어 참가자를 모집하고, 이용자가 개인 단위로 원하는 경기에 신청하는 방식이다. 매니저는 참가자들의 수준 등을 고려해 팀을 구성한다.

퇴근 뒤 소셜 풋살을 자주 이용하는 김준원 씨(26·남)는 "각자 되는 시간이 다 다르고 구장 잡기도 힘들어서 이용한다"고 말했다.

한글날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2시 기준 서울 용산구 아디다스 더베이스 풋살장의 주요 시간대 참가 신청은 이미 마감됐다. 소셜 풋살 플랫폼 플랩풋볼에 따르면 9일 1구장은 오후 5시부터 오후 11시까지 4개 매치, 2구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7개 매치가 모두 찼다.

매니저 이 모 씨(20대·남)는 "용산이나 서대문같이 수요가 많은 쪽은 주말 경기가 일주일 전에 마감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한글날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2시 기준 서울 용산구 아디다스 더베이스 풋살장의 9일 주요 시간대 매치 참가 신청이 마감돼 있다.(소셜 풋볼 플랫폼 '플랩풋볼' 갈무리)

"팀에 들어가면 막내부터"…운동만 하고 '빠이'
스케줄 근무로 쉬는 날 혼자 풋살장을 찾은 장진호 씨(26·남)는 "눈치를 안 봐도 되는 게 좋다"며 "팀에 들어가면 막내라서 따라오라고 하거나 뭘 사 오라고 할 때도 있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다"고 말했다.

처음 만난 사이인 만큼 서로 선을 지키는 분위기도 눈에 띄었다. 실수해도 "좋아요", "나이스 트라이(try)", "괜찮아요" 같은 격려가 나왔고 참가자들은 높임말을 썼다.

골키퍼도 돌아가며 맡았다. 매니저가 "골키퍼 바꾸죠. 이번에는 2번 들어갈게요"라고 말하자 임시 번호 2번을 단 참가자가 골문으로 향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음 참가자가 자리를 넘겨받았다.

약 두 시간 뒤 경기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별도의 뒤풀이 없이 하나둘 흩어졌다.

다른 종목도 비슷하다. 테니스를 즐기는 직장인 이후승 씨(30·남)는 "개인 일정 때문에 꾸준히 참여하기 어려우면 동호회에 선뜻 가입하기 쉽지 않다"며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맞춰 상대를 찾는 매칭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했다. 러닝도 당근 등 지역 기반 플랫폼에서 참가자를 모집해 함께 뛴 뒤 해산하는 식의 일회성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디다스 더베이스 풋살장에서 풋살 경기가 진행되는 모습. 2026.10.7 ©뉴스1 이동건 기자

"취미까지 의무 관계로 만들고 싶지 않아"…'느슨한 관계'의 확산
전문가들은 이를 청년층의 인간관계가 보다 유연해지는 흐름으로 해석했다. 취미를 함께하되 관계를 반드시 지속하거나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소셜 풋살처럼 필요할 때만 사람을 만나 운동하는 방식을 '느슨한 관계'의 한 형태로 봤다.

구 교수는 "팀을 다 꾸리려고 하면 회비도 걷어야 하고 회원도 관리해야 한다"며 "비용과 시간도 드니까 부담 없이 필요할 때 들어가서 운동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운동이나 취향은 그 자체를 즐기는 목적으로 하고 싶고 취미 활동을 의무가 생기는 사회관계로 발전시키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도 소셜 풋살을 '느슨한 관계'의 한 모습으로 보면서 관계의 지속성에 대한 부담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 다른 사람과 함께할 필요는 느끼지만, 그 관계가 자기 삶에 너무 크게 들어오는 것까지는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며 "필요한 부분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그렇지 않은 부분에서는 빠지는 것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사회 전반의 '분절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김 교수는 "소셜미디어나 콘텐츠에서 짧은 영상이 유행하는 것처럼 모든 것이 굉장히 분절화되고 있다"며 "길고 지속적인 것보다 짧고 굵게, 필요에 따라 하는 것이 일상적인 문화의 주류 형태로 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호회 대신 필요할 때 만나 운동하는 모습도 이런 변화의 연장선에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moveg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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