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사조사명령 2만 건, 조사관은 230명 불과…"국민 권익 침해 우려"

사회

뉴스1,

2026년 October 11일, AM 06:10

© 뉴스1 양혜림 디자이너 (1인당 평균 면접 횟수의 2026년 수치는 올해 8월까지의 평균치다.)

이혼·친권 분쟁 등 가사 사건의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조정하는 가사조사관의 1인당 평균 면접 횟수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가사조사관 정원이 다소 늘긴 했지만 2만 건이 넘는 조사 명령 건수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사조사관은 재판장·조정장 또는 조정담당판사의 명령에 따라 이혼·친권·양육권 분쟁 등 가사사건에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가정 주변 환경 문제를 원만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일을 한다.가사조사관이 작성한 보고서는 재판부가 양육자 지정이나 면접 교섭 여부를 판단할 때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

11일 대법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5년간 가사조사관 1인당 평균 면접 횟수는 △2021년 126.86회 △2022년 119.48회 △2023년 112.34회 △2024년 107.74회 △92.23회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 8월 31일 집계 기준 18.76회에 그쳐 감소세가 이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5년간 조사 명령 건수는 15% 늘어 2만 건을 돌파했지만 가사조사관 수는 31명 증원됐다.

조사 명령 총건수는 △2021년 1만7928건 △2022년 1만8907건 △2023년 1만7534건 △2024년 1만9353건 △2025년 2만613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주춤하긴 했지만 지난해 2만 건을 돌파하며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정원 현황은 △2021년 199명 △2022년 214명 △2023년 221명 △2024년 223명 △2025년 230명으로 파악됐다. 두 자릿수 증원은 2022년이 유일하다. 올해 7월 기준 정원은 233명인데, 지난해 대비 3명 늘어난 수치다. 인구가 한국의 2배 정도인 일본의 가사조사관이 1600명대 규모로 운영되는 것을 고려해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가사조사관 정원은 전문조사관과 전담조사관이 합쳐진 숫자로 임상 심리 등 인간행동과학 분야에서 석사학위 이상을 갖춘 전문조사관 수는 실제 정원보다 적다. 올해 7월 기존 전문조사관(조사사무직렬)은 209명, 전담조사관(법원사무직렬)은 24명이다. 전담조사관은 법원에서 일반사무직으로 일하며 조사 업무를 담당하는데, 1~2년 내외 보직 근무 후 재판 업무로 돌아간다.

전국 법원 중 제천·의성·영덕·장흥·남원 5개 지원에는 가사조사관이 아예 없다. 주로 인근 지원에 배치된 가사조사관 인력이 주 1회 순회 지원을 가는 형식으로 운영 중이다.

현장에서는 복잡하고 내밀한 사건 관계를 다루는 업무 내용에 비해 주어지는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 장기적 관점에서 국민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년 이상의 경력인 전현덕 가사조사과장은 "인력이 한정돼 있어 조사 필요성이 있는 모든 사건을 다 들여다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조사관 1명이 담당해야 하는 영역이 너무 넓어 피해는 사건 당사자인 국민 권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사조사관은 조사 명령을 받고 4개월 안에 보고서까지 작성해야 해 조사관 대부분이 주 3회씩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출근해 보고서를 쓰는 실정이다.

전 과장은 "과거부터 쌓인 분쟁을 서로 다른 기억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 서류나 증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직접 만나서 당시 감정이나 갈등의 양상이 뭐였는지, 그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도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양육 환경 조사는 직접 현장에서 아이를 만나 연령과 성숙도에 맞춰 접근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이들이 어느 쪽에 잘 보여야 하나 고민하면서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기는데 부모가 잘 보지 못하는 부분을 우리가 잡아내 대변하는 것이 소임"이라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가사 사건을 담당한 판사 A 씨는 "재판하며 조사 명령이 필요한데 인력난으로 주저될 때가 매우 많다"며 "조사를 많이 할수록 판사 입장에서는 판단의 참고 자료가 많아져 좋지만 현실적으로 감당이 안 되어 선별해 조사 명령을 하고 있다"고 했다.

A 판사는 "가사조사관 업무 영역이 소년 보호·아동보호를 넘어 최근에는 성년후견 사건까지 넓어졌다. 이번에 발의된 가사소송법 전부개정안이 통과되면 조사관의 업무가 더 늘어날 전망이지만 이에 대비해 필요한 가사조사관 인원 추계는 잘 안 돼 있는 것 같다"며 "장기적인 채용 계획을 세워야 지망자도 준비하기 쉽고, 양질의 인재를 모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 의원 등 12명이 지난해 7월 공동 발의한 가사소송법 전부개정법률안은 1년 넘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가사소송법은 1991년 시행 이래 34년 이상 지났으나 일부개정 외 전면적 개정이 이뤄진 적은 없다.

개정안은 변화한 사회환경과 가사 관련 인식을 반영하고 미성년자 복리 보호·당사자와 사건본인의 절차적 권리 확대 등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가사조사관이 전문기관의 프로그램이나 상담을 연계하는 등의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개정안에는 법원 입장에서 조사 절차에 참여하는 가사조사관과 별도로 미성년자의 의사를 정확히 파악해 재판절차에서 조력할 수 있는 절차 보조인 제도 도입 조항도 두고 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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