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편집자 주] 판결문은 사건의 결론을 담지만, 그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은 법률 용어 뒤에 가려져 있다.
[그날의 이유]는 법원 판결문에 기록된 사실을 바탕으로 사건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재구성한다. 한 사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났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있었는지, 그리고 법원이 책임과 결과를 어떻게 판단했는지를 따라간다.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변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판결문에 남은 기록을 통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남긴 질문을 함께 들여다보고자 한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서방님, 마누라”
결혼 20년차에 접어든 시점에 남편과 상간녀의 외도가 시작됐다. 남편은 아내와 세 자녀가 있었고, 상간녀 또한 유부녀였다.
남편과 상간녀 사이의 카카오톡 메시지는 노골적이었다. 서로를 ‘마누라’, ‘서방님’이라고 칭했고, “사랑해, 보고싶다”는 말이 오갔다. ‘내입술이 안 닿아서 그래’ 등 신체 접촉을 암시하는 문장도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외도를 눈치채고 상간녀에게 직접 연락해 남편과 만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상간녀는 그 이후에도 남편과 만남을 이어갔다. 이번에는 상간녀의 남편이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상간녀의 남편은 같은 해 7월께 남편에게 연락해 항의했다.
잘못된 만남이 두 가정을 흔들고 있었다.
2020년 2월, 상간녀는 자신의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다. 2022년 8월, 청주지방법원은 혼인 파탄의 책임은 상간녀에게 있지만,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받아줘야 할 예외적 사정도 있다’며 이혼 판결을 내린다. 상간녀의 남편이 항소했지만, 항소심도 2024년 4월 상간녀에게 결혼 파탄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유지했다.
그런데 상간녀 부부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두 피해 배우자가 연락하게 된다. 상간녀의 남편은 상간녀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음을 입증하려고 증거를 모았다. 이 과정에서 외도 상대인 남편의 아내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 시점은 2022년 4월.
2022년 10월, 이번에는 아내가 자신의 남편을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한다. 아내가 타깃으로 삼은 것은 남편만이 아니었다. 남편에겐 이혼을 요구했고, 손해배상금은 남편과 상간녀 모두에게 요구했다. ‘너네 둘의 바람으로 가정이 파탄이 났으니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남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23년 1월, 아내를 상대로 ‘나도 이혼을 원한다’고 반소를 제기한다. 반소는 소송을 당한 사람이 같은 소송 안에서 거꾸로 원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이다. 이혼소송에선 이혼 여부 만큼이나 누구의 잘못이 더 크냐에 따라 위자료 등이 달라지기 때문에 반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2023년 7월, 남편과 아내는 이혼했다. 1998년 결혼한 후 25년 만의 이혼이었다. 이제 남은 싸움은 하나, 상간녀에게 손해배상금을 받아내는 일이었다.
1심은 아내의 편이었다. 2024년 7월 청주지법 가사단독(조경진 판사)은 3000만원 중 1200만원은 상간녀가 아내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가정이 파탄난 것에 남편과 상간녀의 외도가 있었고, 그로 인해 이 부부가 별거를 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아내가 이혼 소송을 내기 전인 2022년 5월, 남편에게 상간녀가 시어머니의 장례식장에 다녀갔는지 물어봤던 장면을 유심히 살펴봤다. 2017년 남편의 바람이 5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부부 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는 방증으로 봤다.
상간녀는 “아내가 2017년 바람난 것을 알고도 남편을 용서했다, 가정 파탄엔 아내 책임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상간녀의 말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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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판부는 아내가 상간녀 때문에 결혼 관계가 파탄이 났다는 것을 전제로 손해배상을 제기한 것인데 이러한 손해배상은 이혼한 후에야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판단했다. 즉, 남편과 아내가 이혼한 시점은 2023년 7월이고, 손해배상 청구는 2022년 10월에 제기됐으니 소멸시효는 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간녀는 1심 재판부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에 항소한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1심과 달랐다.
다음 편에 이어..
외도 위자료와 이혼 위자료는 어떻게 다른가[그날의 이유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