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제도의 취지만 놓고 보면 명분은 존재한다. 한 기관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는 데서 발생할 수 있는 권한 남용을 막고 상호 견제가 가능한 형사사법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가 시행된 지금, 법률가로서 드는 의문은 하나다. 과연 이 갑작스러운 변화가 국민에게 더 나은 형사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을까.
수사라고 하면 영화나 드라마처럼 형사가 현장을 뛰어다니며 범인을 추적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수사의 상당 부분은 피의자와 참고인을 조사하고 진술의 앞뒤가 맞는지 살피고 관련 자료와 증거를 수집해 사실관계를 재구성하는 일이다. 여기에 무엇이 범죄를 구성하는지, 어떤 증거가 유죄와 무죄를 가르는지, 어떤 진술에서 모순을 찾아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법률적 전문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수사는 단순히 사실을 모으는 작업이 아니라 사실에 법리를 적용해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가졌던 전문성도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 검사는 법률전문가로서 사건의 사실관계뿐 아니라 관련 법리와 판례를 함께 검토하면서 어떤 증거가 필요한지, 어떤 부분의 진술을 더 확인해야 하는지를 판단해 왔다. 그러나 이제 공소청 검사는 직접 피의자를 신문하거나 사건관계인을 조사할 수 없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의견을 들을 수 있을 뿐이며 그 과정에서 얻은 진술과 자료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도 없다.
문제는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수사의 전문성과 사건을 한 번 더 들여다볼 수 있는 장치까지 함께 사라진다는 것이다. 사실 변호사로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경찰의 수사와 종결 권한이 커지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체감해 왔다. 경찰의 관리미제사건은 2배가량 늘어났고 사건 처리 기간 역시 크게 늘었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지고 경찰에 수사 부담과 권한이 동시에 커진 것에 비해 이를 뒷받침할 인력과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필자처럼 저작권이나 부정경쟁방지법, 디자인보호법 등 전문적인 법률분야의 사건을 다루다 보면 일선 경찰에서 해당 분야의 법리와 판례를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검찰의 보완수사가 일정 부분 그 간극을 메워왔는데 이제는 그 보완수사조차 기댈 수가 없게 됐다.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을 뿐 보완수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의 초기 판단이 갖는 무게가 과거보다 훨씬 더 커졌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수사도 문제다. 식품·환경·노동·조세 등 전문분야의 수사를 담당하는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도 사라졌다. 이제 전문분야 수사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이 역시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렇다면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변화는 과연 누구를 위한 변화인가.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전과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환호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만큼 국가의 수사역량이 약해져 범죄자들의 시대가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이미 출범 첫날부터 중수청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이 완전히 구축되지 않아 혼선을 겪고 있고 현장에서는 검찰에 항고해 재기수사가 결정된 사건이 이제 어느 기관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제도는 시험대가 돼서는 안 된다. 흠결 있는 제도의 피해는 결국 힘없는 사회적 약자부터 먼저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개혁이라는 미명으로 국민이 피해를 입는 개악이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