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관련 법률이슈·분쟁 급증…로펌 통합해 IT 전문성 강화"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2일, AM 05:21

[이데일리 남궁민관 이지은 기자] “인공지능(AI)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변호사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기업 자문 수요는 더욱 늘었습니다. 기업 경영활동을 둘러싼 리스크가 점점 복잡해지고 여러 위험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AI 활용에 따른 전문가의 교차검증 수요 또한 되레 늘면서죠.”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법무법인 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이유정 대표변호사는 AI시대 본격화에 따른 국내 법률시장 변화를 이같이 진단하면서 “‘신뢰’가 업의 본질인 변호사들이 이에 발맞춰 변화하지 않으면 흐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부로 정보기술(IT)분야 전문 ‘부티크 로펌(특정 법률 분야에 집중해 전문성을 강조한 소규모 로펌)’ 민후와 합병해 통합 로펌 ‘원’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유정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사진=방인권 기자)
이유정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사진=방인권 기자)
◇‘생존’ 달린 로펌, 합병 ‘붐’…“덩치 키우기 아닌 화학적 결합 핵심”

이 대표는 “최근 사법·검찰개혁에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역할이 강화되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이 늘어나는 등 복합적 요인으로 법률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여기에 AI시대까지 도래하면서 과거 무엇을 자문해야 하는지 조차 몰랐던 기업들이 최근 다양한 영역에서의 AI 활용 결과에 대한 교차검증을 구하고 나서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AI와 디지털 전환이 확산되면서 하나의 사업에도 개인정보·지식재산(IP)·규제·노동·분쟁 이슈가 동시에 얽히면서 기업들은 이를 한 곳에서 해결해 주길 원한다”며 “여기에 변호사 수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졌고 AI·IT 시스템과 전문 인력에 대한 투자 부담도 커지면서 중견 로펌 입장에서는 전문성과 인프라를 함께 갖추기 위해 결합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 것”이라고 부연했다.

수요 대응에 대한 변화 없인 생존조차 도모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분석이다. 실제 올 들어 원과 민후 뿐 아니라 동인과 바른, 대륙아주와 린 등 중견·대형 로펌 간 합병 소식이 예년 대비 눈에 띄게 늘었다.

이 대표는 “원과 민후의 통합 출범은 단순히 로펌의 규모 확대를 목표로 한 결합이 아닌 전문성 강화에 방점을 찍은 ‘질적 성장’이란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단순 반복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로펌 간 경쟁은 ‘얼마나 많은 인력을 투입하느냐’에서 ‘얼마나 정확한 판단과 신뢰를 제공하느냐’로 옮겨갈 것”이라며 “화학적 결합을 통해 실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느냐에 방점을 찍고 전문 분야의 상호 보완, IT·IP 전문성 강화, 온·오프라인 역량의 결합에 집중하는 것이 이번 통합 출범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유정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사진=방인권 기자)
이유정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사진=방인권 기자)
◇온·오프라인, 전문성·종합서비스의 결합…“원 ‘공익’ 정체성 더욱 강화”

원과 민후의 통합은 연초 논의를 시작한 지 단 7개월 여만에 출범이란 성과를 냈다. 로펌업계에서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원과 민후 각 구성원 사이 통합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컸던 덕분이라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이 대표는 “원이 민후에게서 가장 필요로 한 것은 IT·IP·개인정보 분야의 전문성, 그리고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 고객과 소통하는 역량이었다”며 “원은 이미 민사·상사·형사·노동·정부자문 등 종합적인 업무 영역과 조직 규모를 갖추고 있어서 민후의 전문성과 온라인 역량을 법인 전체로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후는 전문 분야의 강점은 확실했지만 종합 서비스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했다”며 “기업의 원스톱 서비스 수요와 AI 전환(AX) 확산에 따른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려면 전문성만으로는 부족했지만 원이 이 부분을 보완해 줄 수 있다. 기업 활동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자문이 가능해진 것”이라 덧붙였다.

특히 이 대표는 그간 원의 정체성으로 꼽혀온 ‘공익·인권·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가치는 오히려 영역이 확장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개인정보보호와 AI 윤리, 정보보안은 기술 문제이면서 동시에 정보 인권의 문제”라며 “기업의 AI 거버넌스와 데이터 보호 역시 ESG의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원의 공익 활동은 앞으로도 법인 차원에서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 이후 원의 첫 방점 사업은 ‘AI 정보보안센터’ 신설이다. 민후의 김경환 대표변호사가 센터장을 맡으며 개인정보, 정보보안, 디지털 포렌식, 기업 영업비밀, AI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5~6명으로 구성된다.

이 대표는 “기존 팀을 단순히 묶는 것이 아니라 정보보안 사고나 영업비밀 유출 같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AI를 활용해 초기 증거 수집부터 분석, 대응 방안 제시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며 “사전 단계에서는 기업의 개인정보·AI 규제 대응과 보안 체계 점검을, 사후 단계에서는 포렌식과 분쟁 대응을 맡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합 출범 이후 연내 두 차례 세미나를 계획 중이며 이를 통해 공식적으로 우리가 어떤 업무를 하고, 어떤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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