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안 한 것도 아닌데”…후배에게 목례했다가 ‘괴롭힘 신고’ 위기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2일, AM 05:38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업무 실수를 반복하는 후배에게 인사를 줄였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할 처지에 놓였다는 직장인의 사연이 전해졌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해마다 늘면서 업무상 지적과 괴롭힘의 경계를 두고 직장인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리멤버’에는 ‘저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소할 거래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직원 30명 규모 회사에 다닌다는 글쓴이 A씨는 입사 1년이 안 된 후배와 함께 일하면서 비슷한 실수가 반복돼 업무를 마친 뒤 다시 검토해 달라고 한 달 넘게 요청했다고 한다. 결국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이후 A씨는 다른 동료에게는 평소처럼 반갑게 인사했지만, 이 후배에게는 가볍게 목례만 했다. A씨는 “인사를 안 한 적은 없고, 후배가 말을 걸면 대답도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후배는 자신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며 인사팀에 문제를 제기했고, A씨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하겠다고 했다. 인사팀은 두 사람의 대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제안한 상태다.

누리꾼 반응은 엇갈렸다. “업무 실수를 지적하는 것과 괴롭힘은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한쪽 이야기만 들어서는 알 수 없다”, “한 사람에게만 다르게 대했다면 상대는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렇다면 인사를 줄인 것도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을까.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한다. ①관계의 우위 ②업무상 적정 범위 초과 ③고통이나 근무환경 악화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관계의 우위는 직급뿐 아니라 근속연수나 업무 경험 등으로도 인정될 수 있어, 선배와 후배 사이라면 첫 번째 요건은 문제 될 수 있다. 쟁점은 두 번째다. 반복되는 실수를 지적하고 재검토를 요구하는 것은 업무상 필요한 지시로 볼 여지가 크다. 다만 고용노동부의 판단 매뉴얼은 업무 과정에서의 의도적 무시·배제와 집단 따돌림을 괴롭힘의 예로 들고 있다. 업무와 관계없는 인사나 대화에서 특정인만 지속적으로 차별했다면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행위가 얼마나 지속됐는지, 다른 동료와 얼마나 다르게 대했는지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결론이 갈린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2022년 8961건에서 2023년 1만1038건, 2024년 1만3601건, 지난해 1만6373건으로 3년 새 83% 증가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9744건이 접수돼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회사는 지체 없이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신고했다는 이유로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도 금지된다. A씨 회사처럼 당사자 간 대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갈등을 푸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정식 신고가 이뤄지면 회사는 법에 따른 조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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