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느는데 승진은 까마득"…경찰복 벗는 경찰대 출신들

사회

이데일리,

2026년 October 12일, AM 05:51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김태섭 수습기자] 경찰 수사력 강화의 주춧돌이 될 경찰대 졸업생도, 변호사 자격으로 입직한 경찰도 일정 경력만 쌓고 경찰 조직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어느 때보다 수사 전문성을 갖춘 인력 확보의 필요성이 커진 만큼, 이들을 경찰 조직에 붙잡을 수 있는 충분한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널티 감수하고 조직 떠나는 경찰대 출신들

11일 이데일리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고 경찰을 퇴직한 경찰대 졸업생은 14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30명씩 떠나는 셈이다. 경찰대 한해 신입생이 50명(편입생 50명 제외)인 것을 고려하면 무시하지 못할 숫자다.

경찰대생은 학비와 기숙사비, 급식비, 피복비 등을 국고에서 지원받는다. 졸업 후 의무복무 기간(6년)을 채우지 못하면 채우지 못했을 경우 남은 기간을 계산해 이를 상환해야 한다. 올해 졸업생을 기준으로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학비 상환 기준액은 9502만원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찰 조직을 떠나는 것이다.

경찰대 출신의 의무복무가 중요한 이유는 경찰대를 졸업하면 비교적 법률적 지식이 높아 경찰 내부에서도 검사 조직과 대응할 수 있는 인재들로 평가받는다. 결국 이들이 조직을 떠난다는 건 경찰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국가경찰위원회도 “의무복무를 미이행한 경찰대학생이 그렇게나 많다면 국민들 입장에서 경찰대학 존립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들 중 상당수는 로스쿨에 진학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의 경찰대 출신 입학생은 △2022년 72명 △2023년 87명 △2024년 92명 △2025년 91명 △2026년 80명 수준이다.

경찰대 출신으로 13년간 경찰로 일하다 변호사로 전향한 전형환 메가엑스 대표변호사는 “경찰대생들은 나름대로 여러 선택지 중에서 졸업 후 조직에서 인정받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미래를 기대하고 경찰이란 공직을 선택한 이들”이라며 “그런데 막상 조직에 들어가면 인사나 처우 면에서 기대와는 너무 다르다는 걸 느끼고 변호사와 같은 다른 선택지로 눈을 돌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대 출신의 구환옥 법무법인 한해 변호사도 “경제적 보상이 중요하다면 경찰대를 가지 않아도 방법이 많다”며 “경찰대 졸업생들이 경찰 조직을 이탈하는 주요한 이유는 경제적 보상 때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로 일하며 변호사 자격을 갖춘 이들에 대해 조직이 수사에 도움이 되면서도 이들의 커리어도 키워줄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그래픽= 김일환 기자)
◇계급 인플레, 경찰대 출신은 ‘제자리’…쌓이는 불만

특히 근속승진이 확대되면서 경찰대 졸업생의 상대적 메리트가 크게 줄었다는 분석이다. 경찰대생은 졸업하면 일반직 공무원 6급에 해당하는 경위로 임용된다. 지난 2017년 경위로의 근속승진 기간이 기존 7년 6개월에서 6년 6개월로 단축됐고, 경감으로의 근속승진 기간은 기존 12년에서 최근 8년으로까지 단축됐다. 순경으로 입직한 경찰관의 승진 속도가 5년 가량 빨라진 셈이다. 이에 따라 일찍 관리직에 진입해 간부 역할을 하게 되는 경찰대생의 상대적 우위는 줄어들게 됐다.

이 때문에 지난 1979년 경찰대 설치법 당시 만들어졌던 경찰대 졸업생의 경위 임용 규정을, 경찰 계급의 인플레이션 등을 반영해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준배 경찰대 교수는 “경찰 조직의 우수한 인력 유치는 치안서비스의 질과 곧장 연결되는 만큼, 경찰대 졸업생의 의무복무 기간을 늘리더라도 졸업 후 임용 계급을 경감이나 경정 수준까지 상향하는 인센티브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실질적인 처우 개선뿐 아니라 경찰에 대한 인식, 사회적 처우 개선 역시 이들의 이탈을 막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변호사 경력을 갖고 경력채용으로 경찰 조직에 들어오는 이들 또한 근속 기간을 얼마 채우지 못하고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퇴직한 변호사 경채 출신 경찰은 69명으로, 이 중 5년 미만 근무자가 40명(58%)에 달했다.

변호사 특채로 경찰에 입직해 8년간 일했던 고은영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변호사 특채면 경감으로 입직하지만 지금은 계급 인플레 때문에 경감이 사실상 경위급”이라며 “승진이 되고 지휘부로 가야 조직에 대한 만족도와 성취감을 느끼면서 보다 단단하게 조직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데 경찰 조직은 위로 올라가는게 너무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다.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형사사법체계가 개편되면서 경찰의 책임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인재 확보를 위해 걸맞는 보직 관리와 승진 체계, 수당 등의 인센티브를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추천 뉴스